배구
'역사에 남을 시리즈', 정신력이 육체를 지배한 챔피언결정전
[마이데일리 = 대전 유진형 기자] 싱겁게 끝날 거 같았던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 불을 지핀 건 정관장 염혜선이다.
정관장은 1, 2차전을 내준 후 대전으로 내려왔다.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정관장은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였고 부키리치, 박은진, 노란, 염혜선 등 주전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100% 전력이 아니었다. 특히 챔프전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다 2-3(25-23 25-18 22-25 12-25 12-15)로 역전패를 당한 뒤 팀 분위기는 바닥을 쳤다.
흥국생명은 대전에서 열린 챔프전 3차전에서도 1세트부터 몰아쳤고 정관장 선수들은 이대로 고개를 숙이는듯 했다. 그때 정관장에 투혼을 불어넣은 선수가 있었다. 바로 캡틴 염혜선이다.
염혜선은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 도중 무릎 통증이 재발해 2차전은 결장했다. 점프조차 100%로 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주장의 책임감으로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며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그런데 챔프전 3차전에서 부상 중인 무릎이 돌아가는 아찔한 상황이 나왔다.
상황은 이랬다. 1세트 17-23으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흥국생명 최은지가 서브를 넣었고 부키리치가 리시브했다. 염혜선은 부키리치가 올린 공을 정호영에게 빠르게 토스하며 득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때 토스를 위해 점프하는 과정에서 무릎이 돌아갔다.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부상이었고 염혜선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양 팀 선수들 모두 깜짝 놀라며 걱정할 정도였다. 그런데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벤치로 나간 염혜선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절뚝이며 바로 코트로 들어왔다.
고희진 감독은 부상이 심해 보였던 염혜선을 교체하려 했지만 1세트 중 이미 안예림 세터와 교체했던 터라 이때 교체를 하면 이후 염혜선 출전이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염혜선은 투혼을 발휘하며 코트로 바로 복귀했다. 감독도 말리던 상황에서 염혜선은 팀을 위해 큰 결정을 한 것이다. 부상 이후 염혜선은 1세트에서 더 이상 토스를 하지 않았고 미들블로커 정호영이 세터를 봤다. 이런 염혜선이 보여준 주장의 책임감은 죽어가던 정관장을 일깨웠다.
이날 염혜선은 예리한 서브에이스와 함께 안정적인 토스로 팀 공격을 이끌었고 세트 스코어 3-2(21-25 34-36 25-22 25-19 15-11) 대역전승을 만들었다. 2차전 역전패의 악몽을 그대로 되갚아주며 넘어가던 분위기를 정관장으로 돌렸다. 그리고 4차전마저 잡은 정관장은 승부를 최종 5차전으로 끌고 갔다.
김연경의 은퇴 시즌,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려 했던 배구여제는 염혜선이 일깨운 정관장의 투혼에 부딪쳤다. 2008-2009시즌 이후 16년 만에 V리그 우승과 함께 코트를 떠나려 했던 김연경은 악역을 자처한 염혜선이라는 강적을 만났다.
한편, 그녀들의 최종 승부는 8일 오후 7시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운명의 5차전에서 결정된다.
[정관장에 투혼을 불어 넣은 염혜선 / 한국배구연맹(KOVO)]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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