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제가 3할을 어떻게 쳐요?”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박찬호(30)를 신인 시절부터 지켜봤던 지도자다. 박찬호가 입단한 2014년엔 최고참과 신인의 관계였고, 2019시즌을 끝으로 은퇴하자 코치와 선수 사이가 됐다. 그리고 작년부터 감독과 선수의 관계로 재정립됐다.
박찬호는 2년 연속 3할을 때렸다. 그리고 2년 연속 유격수 수비왕에, 2024시즌 유격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현재 KBO리그 최고의 공수주 겸장 유격수다. 그러나 과거 타격에 어려움이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타격 전문가’ 이범호 감독은 2군 총괄 시절부터 박찬호를 집중 지도했다. 특히 멘탈 관리 및 목표의식 설정에 집중했다. 그는 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박찬호와 과거부터 애버리지에 대해 나눴던 얘기를 꺼냈다.
이범호 감독은 웃더니 “마무리훈련을 함평에서 한 적이 있었다. 찬호가 2할5푼을 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2할5푼을 왜 못 쳐. 나도 홈런타자니까 애버리지는 안 높지만, 2할5푼 치는 게 너무 쉬운데. 그러니까 2할7푼을 목표로 해보자’고 했다. 그러니까 절대 안 된다고 그랬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그때 박찬호를 약 1달간 설득해 애버리지 목표를 2할5푼이 아닌 2할7푼으로 잡게 했다. 실제로 박찬호는 곧바로 2할7푼의 벽을 넘었다고. 이범호 감독은 “2할7푼2리(2022시즌)인가 쳤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2할7푼 친다고 했잖아. 올해는 3할 쳐보자’고 했다. 그러니까 ‘제가 3할을 어떻게 쳐요’라고 그러더라”고 했다.
그랬던 박찬호는 2023시즌 타율 0.301로 생애 처음으로 규정타석 3할을 쳤다. 그리고 2024시즌에는 타율 0.307을 치며 생애 처음으로 2년 연속 규정타석 3할을 쳤다. 이범호 감독의 말을 믿고 연습하니 3할타자가 됐다.
이범호 감독은 3할에 대한 비화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내가 9번 치라고 했다. 9번 타자를 하면 3할을 칠 수 있다고 했다. 9번에서 3할을 치면 1~2번을 칠 수 있게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싶었다. 세 번 나가서 한번 치면 된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여기서 말과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흔히 타자들이 3번 중 1번 안타를 치는 걸 어렵지 않게 느끼지만, 그와 똑 같은 결과, 다시 말해 3할3푼3리는 어렵게 느낀다. 이범호 감독은 박찬호가 이 벽을 넘어서기 위해 “첫 타석에서 쳐야 한다”라고 했다.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거나 최소한 볼넷을 골라내야 그날 3번 중 한 타석 성공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첫 타석에서 안타를 못 치면 경기중반과 막판에 안타를 쳐야 한다는 압박감에 오히려 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범호 감독은 “찬호에게 무조건 첫 타석에 신중하게 치라고 했다. 첫 타석, 두 번째 타석에 못 치고 마지막 타석에서 치려고 하면 잘 안 맞는다. 첫 타석에 맞게 컨디션 업을 시켜 놓으라고 했다. 만약 첫 번째, 두 번째 타석에서 집중해도 안 나오면 마지막 타석에선 내일을 위해 꼭 하나 쳐야 한다는 마음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첫 타석부터 마지막 타석까지 계속 집중하게 된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박찬호가 컨디션이 좋으면 안타를 몰아치다 갑자기 무안타로 끊기는 날도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타자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기복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컨디션이 안 좋더라도 대충 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충 치다 잘 맞을 때 (안타를)많이 치려고 하면 잘 안 나온다. 그러면 애버리지가 안 올라간다”라고 했다.
결국 이범호 감독의 따뜻한 관심 속에 3할타자 박찬호가 탄생했다. 이범호 감독이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화술이 대단한 지도자라는 게 증명되기도 한다. 야구도 인생도 도전이다. 도전에 성공한 박찬호는 올 겨울 FA 대박이라는 인생 최고의 도전에 나선다. 오른 무릎 부상으로 잠시 쉬지만, 5일 잠실 LG 트윈스전서 복귀한다.
그런 박찬호는 지난 1월 윤석민의 유튜브 채널 사이버 윤석민을 통해 이범호 감독을 존경한다고 했다. 그럴 만하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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