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분위기를 가져오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정철원은 올 시즌에 앞서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 베어스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지난해 불펜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 등으로 인해 힘겨운 시즌을 보냈던 롯데는 샐러리캡으로 인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지갑을 열 수 없게 되자,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매일 경기에 나서는 야수보다 잦은 임팩트를 남길 순 없으나, 두 번의 등판에서 정철원의 존재감은 분명 돋보였다.
첫 등판은 지난 25일. 정철원은 SSG 랜더스를 상대로 3-2로 근소하게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라 최고 150km의 강속구를 앞세워 SSG 타선을 삼자범퇴로 잠재우며 이적 첫 홀드를 수확했다. 2022년 정철원이 '신인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던 시절을 함께 했던 김태형 감독은 제자의 투구를 어떻게 봤을까. 사령탑은 26일 SSG전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정철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첫 등판인데, 롯데에 와서 첫 단추를 잘 뀄다"며 짧은 멘트로 흐뭇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정철원은 27일 다시 한번 마운드에 섰다. 2-2로 팽팽하게 맞선 6회말 무사 1, 2루의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 등판한 정철원은 첫 타자 고명준을 상대로 0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3구째 슬라이더를 던져 유격수 방면에 땅볼을 유도, 유격수-2루수-1루수로 연결되는 병살타를 만들어내며 큰 위기를 넘겼다.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빠르게 생산했으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철원의 위기관리 능력은 더욱 빛이 났다.
정철원은 조금 더 구속을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박지환을 상대로 초구 149km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고, 2구째 133km 슬라이더로 다시 한번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며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다. 그리고 1B-2S에서 4구째 132km 슬라이더를 위닝샷으로 선택, 삼진을 뽑아내며 가장 큰 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 이날 정철원의 투구가 롯데의 승리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지난 25일 투구보다 더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것은 분명했다.
시범경기 때부터 이닝을 매듭지을 때마다 격한(?) 세리머니를 펼쳤던 정철원. 롯데 유니폼을 입고 치른 데뷔전이 어땠을까. 그는 "우리 팀이 2연패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첫 경기를 꼭 경기를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서 그런 모션이 나왔던 것 같다. 어제 같은 경기를 이기는 팀이 강팀이다. 크게 질 수도, 이길 수도 있지만, 타이트한 경기를 못 잡으면 순위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는데, 어제와 같은 경기를 최대한 많이 이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철원은 세리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이 크고, 타자와 상대할 때 희열과 재미가 중요하고,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게 나오지 않나 생각한다"며 "나는 야구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두산에 있었든, 롯데에 와서든 '우리팀이 이기면 좋은 거지'라는 생각으로 임하다 보니, 그런 세리머니가 나온 것 같다. 그러나 세리머니를 의식하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싱긋 웃었다.
정철원은 "내 역할은 마무리 (김)원중이 형까지 가기 위한 다리 역할이다. 때문에 최대한 수비를 짧게 끝내고, 분위기를 가져오는 게 필요하다. 내 액션이 더 커지진 않겠지만, 더그아웃에서 응원을 하는 것과 짧은 수비로 공격의 분위기를 가져오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그래서 그 역할을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부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작년에 부족했던 것은 개인적으로 직구 구위였다고 생각한다. 변화구에 너무 의존을 했다. 삼진율은 높을 수도 있었겠지만, 직구 구위와 구속이 모두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서는 직구 구속과 구위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했고, 시범경기에서도 꽤 좋은 모습, 스스로 만족하는 모습이 나왔다. 덕분에 첫 경기에서도 자신 있게 던졌다"고 설명했다.
팀을 옮겼지만, 마음가짐엔 변함이 없다. 정철원은 "신인왕을 받았을 때 계셨던 감독님, 코치님들도 계시고, 뭔가 큰 변화가 없다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새로운 팀에서 적응하는 시간도 물론 필요했지만, WBC에서 친해졌던 (박)세웅이 형, (김)원중이 형의 도움도 컸다"며 "내보다는 팀이 더 단단해져서 더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꼭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구승민이 제 컨디션을 보이지 못하면서 2군으로 내려간 가운데, 정철원의 존재감은 더욱 돋보일 예정. 롯데도 시즌 초반부터 불펜에서는 트레이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인천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