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미 상무부,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철강업계, 공장 매각 및 구조조정 등 수익성 방어 나서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오는 12일(현지시간)부터 부과한다고 재차 확인한 가운데 관세 부과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업계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가 예고한대로 12일 시작될 것이라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캐나다 목재 및 낙농 제품에 대한 250% 관세는 상호 관세가 시작되는 내달 2일부터 부과될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하겠다고 발표한 뒤 처음으로 한국산 제품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사례다. 앞서 한국은 쿼터제에 따라 연간 263만톤(t)의 수출물량에 대해선 무관세를 적용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관세 조치가 현실화되면서 한국 철강 제품 가격이 미국 내에서 25% 뛰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전망이다.
이에 철강업계는 보유하고 있던 공장 매각과 동시에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운영비 절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매출액 72조6880억원, 영업이익 2조174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각각 5.8%, 38.4% 감소한 성적표를 공개했다. 특히 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철강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6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급감했다.
이어지는 실적 부진에 포스코는 올해 61개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1조5000억원의 추가 현금 확보하고, 내년까지 나머지 19개 사업을 모두 정리해 총 2조7000억~2조8000억원 규모의 현금 창출 효과를 거둔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중국 장쑤성 장가항포항불수강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장가항포항불수강은 지난 1997년 설립한 제철소로, 연간 110만톤의 조강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기 회복 지연과 공급 과잉 여파로 적자가 계속되자 저수익 사업으로 분류됐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중국 내 저수익 서비스센터 구조조정과 파푸아뉴기니 중유발전법인 매각 등 45개 자산에 대한 리밸런싱을 통해 6625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회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도 양극재를 생산하던 경북 구미 공장을 매각하고 하이니켈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는 캐나다 법인에 4894억원을 현금 출자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매각과 관련해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지난 인터배터리 2025 행사장에서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들은 정리했고, OCI와 합작해 설립한 피앤오케미칼 역시 정리할 생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사무직 대상 만 50세 이상, 직급 10년차 이상 장기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다만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 개발과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공장의 조기 안정화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 기조는 이어가기로 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으로 수익성을 높이면서도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꾀하며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현대제철 매출액 23조2261억원, 영업이익 314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0.4%, 60.6% 감소한 수치다.
수익성 악화로 경영난에 직면한 현대제철은 지난해 베이징법인과 충칭법인을 매각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포항 자회사인 현대IMC의 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으며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포항 공장에서는 건설업에 주로 쓰이는 봉형강(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봉형강 판매량은 540만1000t으로, 전년 632만7000t 대비 15%나 떨어졌다. 현대제철은 줄어드는 물량과 건설업 불황으로 가동률이 떨어지자 포항 공장 감산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포항 2공장 정상 가동을 위해 노력했지만, 저가 수입 철강재 유입 등 어려운 철강 경기가 지속돼 기술직 희망퇴직 및 당진 전환 배치를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올해 현대제철은 3세대 강판 개발 등 고부가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차강판 공급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유럽영업실을 신설해 현지 판매 물량을 확보하고 통상 및 탄소규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향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밖에도 철강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이후 추가 선박 공간을 마련하는 등 관세 부과 전 수출 제품을 최대한 미국으로 보내기 위한 '수출 물량 밀어내기'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체들은 미국으로의 수출이 예정돼 있던 물량들이 관세가 부과되는 12일 전 현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다른 지역으로 가는 주문도 후순위로 돌리고 미국향 제품을 우선 생산해 납기를 당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생산 공장이 있는 업체가 드물어 일단 물량을 많이 밀어 넣어 놓는 게 최선책"이라며 "현재 철강업체들은 지난달 미국 최대 출하를 목표로 생산과 배송 작업을 맞췄다"고 말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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