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얼어붙은 채용시장…삼성·LG·한화오션 등 상반기 채용 시작
"인재가 미래 경쟁력" 대기업 입사문 열리지만
신입인데 신입이 아니다? 경기둔화에 경력자 선호 현상 뚜렷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주요 대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 속에서도 잇따라 신규 채용에 나서고 있다. 불안정한 경영 환경으로 상당수 기업이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도 미래 인재 확보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은 10~17일까지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한다. 채용에 나선 관계사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E&A,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등 16곳이다. 업계는 이번 삼성 상반기 채용 규모를 7000명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은 1957년 이병철 창업 회장의 '인재 제일' 경영철학에 따라 국내 기업 최초로 공채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수시 채용 중심으로 채용 방식을 전환하는 가운데 삼성은 대규모 신입 사원 공채를 임직원 채용의 중심에 놓고 규모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이번 공개 채용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국내 주요 대기업 상반기 공채가 씨가 마른 상황에서 삼성은 공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삼성그룹은 2022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지휘 아래 향후 5년간 반도체와 바이오, 신성장 정보통신(IT)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5년간 8만 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국내 임직원 수는 2020년 10만9490명에서 2021년 11만3485명, 2022년 12만1404명, 2023년 12만4804명, 지난해 6월 12만8169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화오션도 지난달 28일부터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반 전형과 글로벌 역량이 요구되는 '글로벌 챌린저' 전형으로 구분해 진행된다. 조선 업종이 트럼프 2.0 시대 최대 수혜 업종이 될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한화오션의 과감한 인재 투자는 역대급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동남권 취업 현장에 훈풍을 불어 넣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은 생산성을 극대화할 스마트 조선소 운용에 필요한 생산직 채용도 상시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박 의장·탑재·시운전과 고난도 용접·가공 인력을 꾸준히 선발하고 있다. 2023년 5월 출범 당시 8500명 수준이던 임직원 수는 2월 말 기준 1만여 명으로 늘어났고 2027년까지 1만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LG전자도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에서 연구개발(R&D) 신입사원 채용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방가전을 담당하는 '키친솔루션사업부', 세탁기·건조기 등 생활가전을 책임지는 '리빙솔루션사업부', 모터·컴프레서 등 가전 부품을 설계하는 '부품솔루션사업부', 차세대 가전을 연구하는 'HS연구센터' 등에서 각각 두 자릿수 인재를 선발한다. 현대자동차도 1일부터 생산·제조, 사업·기획 등 3개 부문 68개 직무에 대해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속속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올해 채용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고용보험 상시가입자수 증가폭은 2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경제 불황에 구인 수요가 급감한 것이 지표에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지난달 신규 구인인원은 13만5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0만1000명 감소했다.
경기 둔화로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신속히 성과를 낼 수 있는 실무 경험 인재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상반기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인원 중 경력직 비중은 평균 31.2%로 작년 동기 대비 3.1% 포인트 늘어났다. 경력직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은 23.8%로 지난해 8.1%에서 15.7% 포인트 급증했다.
박용민 한경협 경제조사팀장은 "경기가 둔화하고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신속히 성과를 낼 수 있는, 실무 경험을 가진 인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채용 전반에서 다소 경력 있는 인재를 우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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