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너무 아팠어요.”
지난 2월 말 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키움 히어로즈 우완 하영민(30). 주변에서 “오, 2선발”이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의식적으로 2선발이란 말을 지운다고 털어놨다. 자신은 타자와 상대한다며, 강력한 외국인 2선발과 시즌 내내 맞붙어도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다.
대신 자신이 크게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투수라는 것에 대해선 인정했다. 이날 전까지 통산성적만 보면 그렇다. 208경기서 25승22패9홀드 평균자책점 5.06. 2014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입단했으나 방황을 오래했다.
심리상담 자격증이 있는 홍원기 감독을 가장 존경한다는 하영민. 그에겐 긍정의 힘이 최고의 강점이다. 자신이 포크볼 외에 내세울 게 없다고 하지만, 공격적인 자세, 자신감 있는 태도는 단연 돋보인다. 그렇게 지난해 28경기서 9승8패 평균자책점 4.37로 커리어하이를 썼고, 올해 2선발로 출발했다.
3월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서 좌완 백정현과 맞붙었다. 삼성이 원태인과 데니 레예스가 개막 선발로테이션에 부상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이날 하영민은 3이닝 8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강자에게 강했다. 하영민은 3월29일 고척 SSG 랜더스전서 김광현과 맞붙었다. 김광현이 5이닝 2실점으로 평범한 기록을 남긴 사이, 하영민은 7이닝 5피안타 7탈삼진 1볼넷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리고 4일 고척 NC 다이노스전. NC는 에이스 로건 앨런을 냈다. 로건은 6.1이닝 5피안타 7탈삼진 4사사구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사실 김진호가 야시엘 푸이그에게 만루포를 맞은 걸 감안하면 로건은 잘 던졌다.
그러나 하영민이 더 잘 던졌다.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3사사구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포심 최고 147km까지 나왔지만, 이 공은 세컨드~서드 피치였다. 오히려 포크볼과 커터를 더 많이 썼다. 포심이 25개였고, 커브와 포크볼은 40개와 27개였다. 하영민-김건희 배터리는 NC 타자들이 엿새만의 실전인 걸 감안하면 빠른 공 승부를 할 법도 했지만, 역으로 변화구를 더 많이 사용했다. 그만큼 포크볼과 커터에 자신감이 있었고, 실제 NC 타자들을 잘 요리했다.
3회 선두타자 박민우에게 초구 146km 포심을 뿌렸다. 그런데 박민우의 타구가 하영민의 다리를 강타했다. 3루수 방면으로 향하면서 3루 땅볼이 됐다. 그러나 하영민은 한동안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하영민은 오뚝이처럼 일어나 6회까지 경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시즌 2승째를 챙겼다.
하영민은 앞으로 9개 구단 외국인투수와 맞붙을 일이 허다할 것이다. 객관적으로 10개 구단 2선발 중 가장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시즌 첫 3경기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상대가 만만하게 생각하다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본 하영민은 강자에게 강하다.
하영민은 ”하도 많이 맞아서 내구성이 생겼는지 금방 또 괜찮아지더라. 처음엔 너무 아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기 상황엔 삼진을 잡으려고 던진다. 위기 상황 아닐 땐 타자가 빨리 치고 죽게끔 하려고 한다. 나름대로 잘 되고 있다”라고 했다.
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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