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122구.
2025년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정현우(19, 키움 히어로즈)가 데뷔전서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동시에 리그 최강 KIA 타이거즈 타선을 상대하며 ‘1군의 뜨거운 맛’도 느꼈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완전히 달랐다.
정현우는 26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8피안타 4탈삼진 7사사구 6실점(4자책)했다. 투구수가 무려 122개였다. 마운드 분업화를 지향하는 현대야구에서 선발투수가 이 정도의 투구수를 기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구나 신인이 프로에서 데뷔하는 경기라면 더더욱 말이 안 된다. 1991년 롯데 김태형(135구) 이후 역대 고졸 신인 데뷔전 최다 투구수 2위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이 정현우에게 KIA를 상대로 122개의 공을 던지게 한 이유가 유추된다. 우선 키움 타자들이 5회까지 무려 11점을 뽑았다. 6점을 주고 122개의 공을 던져도 승리투수는 승리투수다. 키움으로선 정현우가 데뷔전서 승리투수기 된다면, 그 자신감이 시즌을 잘 치르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고 밀어붙인 듯하다.
또한, 키움도 정현우가 5회까지 던지면 나쁠 게 없다. 22~2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 2연전과 25일 광주 KIA전서 잇따라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불펜 소모가 많았다. 스코어 차이도 있었다. 여러모로 해볼 만한 승부수였다.
정현우는 덕수고 원투펀치이자 작년 청소년대표팀 주축투수였다. KIA 소속 김태형과 함께 원투펀치였다. 그런 정현우는 “신인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만 가오슝 연습경기와 시범경기까지 꾸준히 선발로 나서면서, 프로에서 몇 년 뛴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NC 다이노스 이호준 감독은 “고등학생이 아닌데?”라고 했다.
140km대 중반의 포심에 포크볼을 주무기 삼는 좌완 파워피처다. 고교 시절 150km까지 나왔다. 프로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하면 150km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슬라이더와 커브도 구사한다. 보더라인을 활용할 줄도 알고, 커맨드가 좋다. 포심 하나만으로도 결정구로도 쓰고 유인구로도 쓴다. 신인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시범경기 3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0.82.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날 정식 데뷔전이 연습경기, 시범경기에 비해 내용이 훨씬 나빴다. 확실히 정규시즌 정식 데뷔전이라는 압박이 보였다. 정현우답지 않게 흩날리는 공이 많았다. 사사구 7개는 고등학생 때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다. 타자들은 매번 최선을 다하는 건 아니다. 개막전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현우를 그냥 지켜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규시즌은 공 하나, 하나가 돈이고, 개인성적이고, 팀 성적으로 연결된다. 신인이든 누구든 봐주는 건 없다.
더구나 상대가 리그 최강타선을 보유한 KIA다. 그것도 광주 원정이었다. 정현우가 처음 느끼는 환경이었다. 실제 최형우와 나성범에게 3안타 5타점을 헌납했다. 최형우와 나성범은 마치 정현우의 볼배합을 미리 아는 듯한 표정이었다.
투구수가 100구가 넘어가지 스피드도 살짝 떨어졌고, 정현우답지 않게 도망가는 모습도 보였다. 그래도 어쨌든 5이닝을 채워 승리투수가 됐다. 포심 최고 147km까지 나왔다.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를 섞었다. 주무기 포크볼을 10개 밖에 안 던진 게 눈에 띄었다.
투구내용은 안 좋았지만, 승리투수가 되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팀의 시즌 첫 승을 견인했다. 정현우는 이날 투구내용을 발판 삼아 쭉쭉 성장하는 일만 남았다. 이날 경기 복기를 잘 할 필요가 있다.
홍원기 감독은 "정현우가 경기 초반 다소 고전했지만,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해줬다.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도 5회까지 구위나 힘이 떨어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또 팀의 첫 승리를 위해 피칭을 이어 나가고 싶어하는 선수의 의지도 고려했다. 신인 투수로서 첫 등판의 긴장감과 투구수로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스스로 극복하며 대견한 피칭을 보여줬다"라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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