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뛰어야 할 때, 안 뛰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과 NC 다이노스 이호준 감독은 ‘열심히 뛰어라’에 대한 지론이 완전히 상반된다. 이호준 감독은 타격 후 1루까지 전력으로 뛸 수 없는, 최소한 90%의 몸 상태가 안 되는 선수는 아예 기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했고,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실제 NC 선수들은 매 순간 전력으로 뛴다.
반면 이범호 감독은 뛰어야 할 때, 안 뛰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하며, ‘융통성 있는 최선’을 강조한다. 야구는 마라톤이다. 144경기다. 144경기 내내, 1회부터 9회까지 계속 전력질주를 하면 부상 위험성이 높고, 소탐대실할 수 있다는 게 이범호 감독 지론이다.
좀 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0-0이나 1-1과 같은 초박빙 승부와 10-0과 같은, 이미 승패가 사실상 갈린 경기의 ‘최선’은 달라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10-0일 때 최선을 다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자신의 몸도 돌보면서 융통성 있게 주루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항상 팬들이 보고 있으니 스코어에 관계없이 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범호 감독도 이 생각 자체는 동의한다. 그러나 약간 생각이 다르다. 안일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 프로로서 하면 안 되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가차 없이 문책성 교체를 한다. 대신 뛰는 것만큼은 알아서 조절하라고 한다. 경기흐름을 잘 읽지 못하고 무리한 주루를 해서 다치는 게 가장 어리석다는 생각이다.
KIA는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공격적인 주루는 좋지만, 그보다 안정적인 주루가 좋다는 게 이범호 감독 생각이다. 김도영과 박찬호, 최원준은 발이 빠르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그들에게 절대 3~40도루를 주문하지 않는다. 부상 위험성이 있는 도루로 스코어링 포지션을 만드느니, 연속안타로 점수를 뽑는 게 확률도 높고 안정적이라는 생각이다. 실제 작년에 그걸 입증했다. 올해 KIA도 그럴 수 있는 라인업이다.
그런 점에서 박찬호의 무릎 타박상은 KIA에 매우 아찔했다. 25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이었다. 0-3으로 뒤진 1회말, 리드오프 박찬호가 우전안타로 출루한 뒤 패트릭 위즈덤 타석에서 2루 도루를 했다. 그러나 도루 전문가답지 않게, 그 상황서 슬라이딩이 좀 어색했다.
벤트레그 슬라이딩을 했는데, 자연스럽게 쓰러지지 못했다. 오른 무릎을 그라운드에 강하게 찧었다. 박찬호는 처음엔 몸을 일으켰지만, 위즈덤의 투수 땅볼에 3루로 뛸 때 눈에 띄게 절뚝거렸다. 결국 스스로 벤치에 교체사인을 냈다.
이 경기의 해설을 맡은 ‘도루 전문가’ SPOTV 이대형 해설위원은 중계방송을 통해 기본적으로 위즈덤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1회이고, 3점을 뒤지고 있었다. 박찬호가 굳이 도루를 할 필요는 없는 상황. 이어 박찬호가 다치자 이대형 해설위원은 좀 더 부드럽게 슬라이딩을 해야 하며, 갑자기 다리를 확 꺾으면 부상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KIA는 개막전서 김도영을 햄스트링 부상으로 잃었다. 그레이드1이라서 4월 복귀가 가능해 보인다. 박찬호를 보고 가슴이 철렁하지 않았을까. 구단 지정병원의 MRI 검진 결과 단순타박, 단순염좌였다. 단, 26일 광주 키움전 출전은 불투명하다.
KIA로선 김도영도 없는데 박찬호까지 없다면 소위 말하는 ‘절단 나는’ 상황이 된다. 왼쪽 내야가 허약해지고, 테이블세터가 허약해진다. KIA의 공수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이범호 감독은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무리한 주루를 지양하고, 나아가 최선을 다하되 상황에 맞는 주루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최선을 다한 박찬호에게 뭐라고 할 순 없다. 단, 이범호 감독의 ‘융통성 있는 주루론’은 확실히 일리 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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