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미래 에너지 혁명’의 주역으로 각광받던 수소에너지가 근래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수소 관련 투자와 개발이 다소 속도를 늦추고 있으며, 에너지 전환 논의에서 수소 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체에도 불구하고 수소는 여전히 미래 탄소중립 사회의 핵심 에너지원으로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되는데, 주로 그레이수소, 핑크수소 그린수소, 블루수소 등으로 나뉜다. 환경성과 경제성을 고려할 때 그린수소와 블루수소가 가장 주목받고 있으며, 이 구분은 주로 탄소배출량 차이에 기인한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하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가장 친환경적인 수소다. 하지만 현재 그린수소 생산 비용은 기존 화석연료 대비 2~3배 높은 수준이다. 이는 고가의 수전해 설비와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 때문이다.
블루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하에 저장함으로써 생산되는 수소다. 현재 블루수소의 생산 비용은 그린수소보다 낮아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기존 화석연료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지만, 완전한 탄소중립이 어렵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밖에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하지만 이산화탄소를 처리하지 않는 방식이고, 핑크수소는 원자력 발전소의 전기와 열을 이용해 생산하는 방식이다.
생산된 수소는 에너지 저장 및 운반 매체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수소는 저장과 운송이 가능하여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가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하게 변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 화석연료를 직접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서 가치도 크다.
일상생활에서 수소에너지를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는 자동차 분야다. 수소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한 번 충전으로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충전 시간이 짧아(5~10분) 기존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영하 온도에서도 성능 저하가 적어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하다. 이런 특성은 배터리 전기차로는 충족시키기 어려운 장점으로, 상업용 차량에 매우 적합하다.
수소에너지 미래는 승용차보다는 운송·물류 산업에서 더욱 유망하다. 대형 트럭, 선박, 철도 등 중량물을 장시간 운행하는 상용 운송 수단은 배터리만으로는 무게와 충전 시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수소 열차가 상업 운행 중이며, 수소가 디젤을 대체하는 친환경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제조업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탈탄소화 수단이 될 수 있다. 철강, 시멘트, 화학 산업과 같이 고온의 열원이 필요한 에너지 집약적 산업에서 수소는 연소 시 1,000°C 이상의 고온을 발생시켜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다. 이로써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소 활용 기술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수소연료전지 기술과 발전용 연료전지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불어 조선·해양 산업에서의 강점은 액화수소 운반선과 해상 수소 생산 플랫폼 구축에 유리하게 작용하여, 수소 저장과 운송 분야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
반면, 수소 생산 기술에서는 우리나라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린수소와 블루수소 모두 생산 기술과 인프라 측면에서 유럽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수전해 기술과 블루수소의 탄소 포집·저장 기술은 시급히 확보해야 할 핵심 역량이다.
기술적 과제와 함께,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 형성도 중요하다. 수소 충전소나 저장시설 구축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따라서 안전성에 대한 투명한 정보 제공과 지역사회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의 혁신적인 지원책도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영국은 저탄소 수소 생산자에게 시장가격과 생산원가의 차이를 보전해주는 ‘차액 계약 제도’를 도입했으며, 독일은 그린수소 생산용 재생에너지 전력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 비용을 낮추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와 같은 과감한 지원 정책을 도입한다면 민간 기업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수소경제의 중요성과 잠재력을 고려할 때, 현재의 관심도 저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분야에 전략적 집중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당장은 열기가 식었더라도,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수소의 중요성은 커지겠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표준이 되는 상황에서, 수소경제 대비는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기에 있는 지금, 수소경제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준비가 절실하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 국제 협력 강화를 통해 수소경제의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미래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겠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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