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 공으로 삼진 잡고 싶었다" 오타니에게 2년 만에 복수…다저스 묶은 KKKKKKK 투수, ML이 주목한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맞았던 공으로 삼진을 잡고 싶었다"

한신 타이거즈 사이키 히로토는 16일(한국시각)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5 도쿄시리즈 프리시즌게임 LA 다저스와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83구, 1피안타 7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한신의 지명을 받은 사이키는 지난 2022년 9경기(8선발)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1.53을 기록하며 본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3년 19경기(18선발)에서 8승 5패 평균자책점 1.82로 꽃을 피우더니, 지난해 13승 3패 평균자책점 1.83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프리미어12 일본 대표팀에 승선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이날 사이키가 전 세계 야구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경기 시작부터 임팩트는 강렬했다. 사이키는 1회초 선두타자 오타니 쇼헤이와 맞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2B-2S에서 폭포수 같은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을 이끌어내며 삼진으로 경기를 출발했다. 이어 후속타자를 완벽하게 요리하며 삼자범퇴를 마크, 2회에는 첫 볼넷을 허용했으나,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다저스 타선을 요리했다.

사이키는 3회에도 미겔 로하스 앤디 파헤즈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운 뒤 오타니와 다시 한번 인상적인 맞대결을 펼쳤다. 사이키는 오타니에게 2구째를 제외하면 직구만 고집하며 힘대힘으로 맞붙었다. 그리고 6구째 152km 직구를 몸쪽 높은 코스로 붙였고, 중견수 뜬공으로 오타니를 돌려세웠다. 이후 사이키는 본격 흐름을 타기 시작했고, 5이닝 동안 무려 7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세계최강' 다저스 타선을 원천봉쇄했다.

결과도 결과였지만, 이날 사이키의 투구가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분당회전수(RPM) 덕분이었다. 다저스를 상대로 던진 직구 46구의 평균 RPM은 무려 2617을 마크했는데, 이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400구 이상을 던진 투수를 기준으로 봤을 때 3위에 해당될 정도로 엄청난 스핀이 걸렸다. 최고 RPM은 2775. 이는 1억 3500만 달러(약 1964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타일러 글래스노우보다 높았다.

스핀이 많이 걸리는 공은 '라이징 패스트볼'을 연상케 하듯 볼이 떠오르는 느낌을 준다. 같은 스피드라도 볼 끝이 다르게 느껴지는 셈. 특히 이날 사이키는 오타니와 두 번째 타석에서 맞붙을 때에는 직구 5구가 모두 2700RPM을 넘어서기도 했다. 오타니를 그야말로 힘으로 찍어 눌렀다고 볼 수 있었다.

사이키는 지난 2023년 3월 일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과 평가전에 등판했고, 오타니에게 포크볼을 던졌다가 홈런을 맞은 바 있다. 하지만 이날은 2타수 무안타로 오타니를 꽁꽁 묶으며 리벤지에 성공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원하는 방향의 승부를 주도했고, 그에 맞는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이었다.

사이키는 오타니에 대한 물음에 "(홈런을) 맞았던 공으로 삼진을 잡고 싶었다. 카운트가 유리하면 계속 포크볼을 던지려고 했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었다"며 "두 번째 타석에서는 직구로 밀고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이키의 엄청난 투구에 여러 곳에서 극찬이 쏟아졌다. 한신의 안도 유야 투수코치는 "사이키는 특별한 경기에서 어느 때보다 기합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상대라도 자신의 스타일로 승부할 수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사이키는 메이저리그 수준의 재능을 갖췄다"며 "스플리터도 좋고, 제구도 좋았다"고 찬사를 보냈다.

미국 '디 애슬레틱'의 파비안 아르다야 또한 "사이키는 오늘 엄청나게 인상적이었고, 타이거즈는 이런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팀을 상대로 실점하지 않았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사이키는 "밤 경기, 낮 경기, 일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컨디션 측면에서 여러모로 힘들었을 것"이라며 다저스 타선을 완벽하게 요리한 투구에 대해 겸손한 소감을 드러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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