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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점수를 매길 것이 있겠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첫 시즌을 마치고 입국했다. 예상치 못한 큰 부상으로 인해 불과 37경기에 만에 시즌을 마친 이정후는 2025시즌 '풀타임'을 외쳤다.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넥센 히어로즈(現 키움)의 1차 지명을 받은 이정후는 지난 2022년 142경기에 출전해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85득점 타율 0.349 OPS 0.996로 타격 5관왕에 오르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낸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메이저리그 입성을 앞두고 2023시즌,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받으면서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했으나, 이정후의 몸값에는 그 어떠한 영향도 없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는 전력 보강을 꿈꾸는 팀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선수가 많지 않았다.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오타니 쇼헤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 입성을 노리고 있던 이정후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에 불과했다. 덕분에 이정후는 수많은 구단들의 이목을 끌었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91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시범경기 13경기에서 12안타 1홈런 5타점 타율 0.343 OPS 0.911의 성적을 남기며 기대감을 키운 이정후는 3월 4경기에서 첫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등 4안타 4타점 타율 0.286으로 나쁘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4월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부터 2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맞대결까지 11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코리안 빅리거 데뷔 시즌 최다 연속 안타 기록을 새롭게 쓰기도 하는 등 새로운 무대에 적응해 나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와 맞대결에서 제이머 칸델라리오가 친 타구를 '점프 캐치'로 잡아내려는 과정에서 오라클파크의 가운데 담장과 강하게 충돌했다. 어깨를 부여잡고 그라운드에 쓰러진 이정후는 부축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결과 왼쪽 어깨가 탈구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조금 더 정밀 검진을 진행한 결과 왼쪽 어깨에서 구조적인 손상까지 발견되면서, 결국 시즌을 더 소화하지 못하고 어깨 수술대에 올랐다.
사실 이정후는 재활을 병행하며 2024시즌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어차피 긴 공백기가 불가피한 부상을 당한 만큼 부상을 말끔하게 털어내기 위해 수술을 받고 2025시즌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재활에 집중하던 이정후는 정규시즌 일정이 종료됨에 따라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메이저리그에서 첫 시즌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 다음은 이정후의 일문일답
-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
"재활 운동은 다 끝났다. 구단에서 내려준 비시즌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비시즌 동안 몸을 잘 만들면 될 것 같다"
- 한 달 반 만에 시즌을 마치게 됐는데, 몇 점을 주고 싶은가?
"점수를 매길 것이 있겠나. 다쳐서 경기를 못 뛰고 재활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어울리는 선수가 먼저 돼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멘탈적으로 야구를 대하는 것과 경기를 준비하는 쪽에서 성숙해진 시간이었다. 또 선수들과 함께 빠지지 않고 경기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 수술로 인한 재활이 처음이 아닌데, 미국에서의 어려움은?
"수술을 받기 전에는 조금 힘들었는데, 그 시간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느꼈다. 트레이너, 재활을 같이 하는 선수들과 열심히 같이 재활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부상을 당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 어깨가 빠졌다면 '뭐지?'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느낌을 알기 때문에 '또 빠진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수술을 한 번 했기 때문에 '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더 심한 상태였다. 병원 진료를 했을 때부터 수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플레이 하나로 시즌이 끝난 것에 대해서 아쉽지만, 앞으로 야구를 할 날이 많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팬들이 굉장히 많이 왔는데, 8개월 만에 한국에 온 소감은?
"엄청 설레거나 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미국에서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아직 다른 팀들은 내일(2일) 중요한 경기를 하는데, 나는 지금 시즌이 끝나서 아쉽게 생각한다"
- 수비를 하면 펜스플레이를 안 할 순 없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수비를 하기 전에 내 위치에서 펜스가 어디 있는지를 체크할 것 같다. 사실 이렇게 하겠다라는 것보다 몸이 반응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봐야 할 것 같다"
- 야구적인 훈련은 어디까지 진행했나?
"아직 하지 않고 있다. 11월부터 하기로 돼 있다. 구단이 준 것대로 할 것 같다"
- 부상을 당하기 전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시즌을 치르면서 '더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제 조금씩 공이 눈에 익기 시작했는데 다친 게 너무 아쉽다. 그러나 이 또한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1년을 했지만, 내년에 다시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느낀 것을 토대로 겨울에 더 준비를 잘하겠다"
- 현지 매체에서 발사각도를 지적하는 것들이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해왔지만 몇 개월을 한다고 바로 고치기 쉽지 않다. 연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어야 한다. 그런 것에 신경을 쓰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놓칠 수 있다. 올해 했던 것을 토대로 준비하면서 내년에 어떤 일이 있을지 봐야 할 것 같다"
- 스프링캠프는 정상 합류가 가능한가?
"일단 재활은 끝났다. 사실 모두 끝난 것은 아니지만, 몸이 80~90%까지 회복했다고 생각한다. 구단 스케줄을 소화하면 내년 캠프의 문제는 없을 것 같다"
- 아쉬움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성과가 있다면?
"잘 모르겠다. 너무 경기에 뛰지 못했기 때문에 '얻었다'라고 말하기 좀 그렇다. 그리고 경기에 뛰었던 시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재활을 한 시간이 더 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하겠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개막 시리즈다. 꿈에 그리던 리그에 와서 (김)하성이 형과 함께 뛰고, 첫 안타도 홈런도 쳤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시즌 막판 선수들과 동행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은데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선수들과 감독님이 먼저 제의를 해주셨다. 내게는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고, 선수들이 그렇게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경기는 나서지 못했지만, 함께 운동을 하면서 환경을 체크할 수 있어서 좋았다"
- 김하성도 같은 어깨 수술을 받게 됐는데
"형이 애리조나에 왔을 때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내가 이야기하기엔 상황이 모두 아는 상황이다. 재활 잘 하고 하면 또 형의 모습을 잘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 파르한 자이디 사장에 대한 기사가 나왔는데 봤는가?
"수뇌부가 바뀌는 것에 드릴 말씀은 없다. 신임 사장(버스터 포지)으로 선임되신 분도 시즌 때 야구장에 많이 와서 대화도 많이 나눴다. 그렇게 선수들과 가까이 지내셨던 분이다. 일단 올 시즌이 끝났고, 내년을 바라보면서 내가 해야 할 것만 잘하면 된다"
-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예정인데
"야구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야구 자체는 똑같다. 그래서 야구를 하는 것은 (김)혜성이가 알아서 잘 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생활적인 면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싶다. 예를 들면 매일 같은 언어를 쓰는 동료들을 떠나서 거의 통역 형과 둘만 한국어를 쓴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환경에서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해야 팀원들도 나를 더 생각해 준다. 힘들더라도 먼저 다가가고 장난도 치고 하면 선수들이 좋아해 줄 것이다. 나는 재활로 많이 빠져 있었지만, 경기를 뛸 때보다 더 장난도 많이 치려고 하려다 보니 많이 친해졌다"
- 이 부분이 메이저리그에 걸맞은 멘탈과도 연관이 돼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 멘탈을 가져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이 느꼈다. 안 좋게 생각하면 끝도 없다. 이제는 앞으로 남은 야구 인생에서 부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걸 많이 느꼈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끝이라는 걸 느꼈다. 미국에서도 좋은 선수들을 보면 결국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자기 성적을 낸다는 것을 느꼈다. 부상이 없어야 한다"
- 고우석과 나눈 이야기는 있나
"같이 힘내자고 말하고 싶다. 같이 힘내고, 우리가 올해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느끼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실패를 해봐야 또 얻는게 있다"
- 내년은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
"우선 부상 없이 한 시즌을 풀로 뛰고 싶다. 2년 동안 야구를 거의 하지 못했다. 일단 선수는 경기에 나서야지 뭔가 상황이 벌어지는데, 2년째 부상을 당했다. 제일 야구를 많이 하고 늘어야 되는 시기에 자꾸 쉬고 있는 것 같다. 그 부분이 걱정이다. 잘 하든, 못 하든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 끝으로 팬에게 한마디를 하자면
"많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1년 동안 많은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내년에는 부상 없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인천공항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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