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정년이가 우여곡절을 겪고, 열정과 에너지가 꽉 차 있지만 맘처럼 풀리지 않는 장면을 볼 때면 신인 시절의 저를 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와 가장 닮은 캐릭터를 꼽자면 문옥경이죠. 평화를 중시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거리를 두면서도 부드럽게 대하려는 점. 한 곳에 정체되기보다 새로운 걸 시도하고 미지의 것들을 궁금해하는, 훌쩍 떠날 수도 있는 면들이 감정적으로 이해됐어요."
마이데일리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정년이'를 마친 정은채를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로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김태리)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다. 극 중 정은채는 정년이를 국극의 세계로 이끈 매랑국극단 왕자 문옥경을 연기했다.
이날 정은채는 김태리와의 호흡에 대해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지만, 너무 잘 알고 좋아했던 배우다. 태리는 타이틀롤을 맡고 있고 풀어나갈 숙제가 정말 많았다. 노래, 춤, 연기, 사투리 모든 걸 멋지게 해내는 걸 보며 참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성격이 굉장히 쾌활하고 적극적이다. 에너지가 바닥나지 않는데, 어디서 끌어오는지 알 수 없고 궁금하다. 배울 점이 많았다. 극 중에선 제가 하나하나 정년이를 가르치는 역할이었는데 그게 부끄러울 정도였다. 문옥경이 정년이의 선망의 대상이라면 태리는 제 선망의 대상이다"라고 극찬했다.
'잘 있어, 공주님'이라는 대사로 화제를 모았던 극 중 서혜랑(김윤혜)과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윤혜 씨랑 함께한 시간 대부분이 국극 무대였다. 서로 왕자님, 공주님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불렀다. 문옥경, 서혜랑도 중요하지만 우리 관계에서는 왕자님, 공주님이 더 비중 있었다"며 "그래서 '잘 있어 공주님'이라는 대사도 전혀 이상한 걸 못 느꼈다. (웃음) 일상적인 대사는 아니기에 신선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전 그 신을 찍을 때 좋았고 슬펐다. 우리의 시대가 한 문장으로 마무리되는구나, 이렇게 이별을 맞는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극 중에서는 편집됐지만, 이별 직전 김윤혜와의 키스신도 촬영했다고. 정은채는 "대본상 '잘 있어 공주님' 직전에 키스신이 있었다. 촬영본이 편집 과정에서 통째로 날아가거나 추가로 찍기도 하는 건 늘 있는 일이다. 대본대로 촬영은 마쳤지만, 편집 과정에서 가장 알맞은 온도로 맞춰주신 것 같다. 저도 방송을 보고 이렇게 마무리 지었구나 했다"고 전했다.
정은채는 훌쩍 떠나버린 문옥경의 마지막에 대해 "전 문옥경이 항상 떠날 준비가 된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면서 "언제인진 본인도 모르지만 어딘가 속해있지 않고 발길 닿는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인물이다. 문옥경의 선택이 제게는 급작스럽거나 당황스러운 지점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판으로 갔으니 영화를 했을 것 같다. 성공 여부는 모르겠지만 잘 살았으면 좋겠다"며 "매랑국극단 마지막 공연을 할 때 문옥경이 한번은 관객석에서 얼굴을 비추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청자분들도 그걸 기대했을 것 같다. 드라마의 정석이라면 관객석에서 얼굴 한번 비추고, 웃어주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그러지 않아서 놀랐고 그 지점이 재밌었다. 감독님이 '옥경이는 훌쩍 사라지고 나면 생각보다 만날 수 없는 존재, 한번 돌아서면 쭉 갈 사람, 마음먹기까지 훨씬 긴 세월을 보낸 사람'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그 부분에 있어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문옥경을 멋지게 떠나 보낸 정은채. 앞으로 보여주고픈 연기를 묻자 "점점 나이도 먹어가는데 발랄하고 귀엽고 따듯한 멜로를 해보고 싶다"면서 "문옥경을 해서 당분간 힘들지 않을까.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웃음) 시기별로 할 수 있는 역할에 한정이 있다.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처럼 저의 지금을 잘 포착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고 밝혔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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