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상호관세 발표 앞둔 트럼프 "관세 더 넓게 적용"
'더티15' 선별 '유턴'…'상호관세→보편관세' 시사도
정점 치닫는 트럼프발 '관세 폭풍'…한국 관세율 '주목'
"트럼프 관세 파고 넘자"…한덕수 대행-4대그룹 총수 회동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국가를 다룰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부르는 2일(현지시간)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각국의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장벽 등을 감안해 결정한 상호관세를 발표할 계획이다.
발표를 이틀 앞둔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1일 오후나 2일 상호 관세 세부 내역이 공개될 것"이라며 "관세는 상호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호 정책과 관련 일각에서 제기된 미국에 많은 무역적자를 안긴 이른바 '더티15'로 표현되는 특정 국가들에 대한 선별적 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국가만 골라내는 것이 아닌 다른 상당수 국가로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상호관세가 보편관세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은 미국과 무역에서 상당한 규모의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어 상호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품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고 주장하며 품목 관세 부과까지 잇달아 예고하는 있는 만큼 관세 전쟁은 정점을 향해 치닫을 전망이다.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와 자동차 25% 관세 등 품목별 관세에 국내 제조업 전반이 직·간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만큼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미 관세 대상국 이외의 국가와 국내 시장에서 중국 등과 경쟁하는 기업, 중국에 부품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기업들이 간접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내 제조기업 10곳 중 6곳이 미국 관세 폭풍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10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제조기업의 미국 관세 영향 조사'에 따르면 '간접 영향권에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46.3%로 가장 많았다. '직접 영향권에 있다'는 답변은 14.0%였다. 특히 중소기업 4곳 중 1곳은 관세 회피를 위한 대응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은 업종별 관세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시작했고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도 추가 관세를 예고한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위는 자동차로, 미국 자동차 시장은 한국의 자동차 수출의 거의 절반(49.1%)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멕시코 등 타국 생산공장에서 수출하는 물량까지 감안하면 약 70만~90만대의 물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예고한 이후 미국 업계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도살 당시 30개월 미만으로 제한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조치, 약값 책정 문제, 외국 콘텐츠에 대한 스크린 쿼터제 등을 한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라고 주장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에 이어 품목별 관세도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상호관세 부과 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향후 4년간 210억 달러(약 31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미국 현지 생산 규모를 확대해 25% 관세 파도를 넘겠다는 계획이지만 당분간 국내를 비롯해 해외 생산 차량 및 부품에 대한 관세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강의 경우 수출 물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10%로 자동차에 비해선 낮지만, 미국의 시장가격이 높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시장으로 꼽혀온 만큼 관세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개별품목 관세와 상호관세가 동시에 부과될 경우 둘을 합친 관세율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으로 향후 한국의 대미 수출에서 관세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협상'이라는 기회는 남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에 대해 '선 부과 후 협상 원칙'을 내세운 만큼 한국 정부는 조치가 시행된 이후 과도하거나 수출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협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트럼프발 관세 폭풍에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국내 기업들은 별다른 대응책을 세우지 못한 상황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미국 관세의 영향으로 '납품 물량 감소'(47.2%)를 가장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의 대응은 아직 '동향 모니터링'(45.5%)이나 '생산비용 절감 등 자체 대응책 모색'(29.0%) 수준에 머물러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대응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기업들은 각자도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상황이다. 정부는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이번 관세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일 4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 측에서는 한 권한대행을 비롯해 최상목 기획재정부·조태열 외교부·안덕근 산자부 장관과 성태윤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했다. 민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자리했다.
한 대행은 "상호 관세가 발표되면 이제는 앞으로의 협상, 또 그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진행이 돼야 되리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의 각계각층과 전방위적인 아웃리치(대외 접촉)를 전개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우리 기업이 가지고 있는 많은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주요 국가와 대한민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시키는 쪽으로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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