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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500억 제작비를 들여 야심 차게 출발했건만. '즐거움엔 끝이 없다'? '타령'에는 끝이 없었다.
23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극본 서숙향 연출 박신우) 마지막 회에서는 이브(공효진)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무중력 공간에서 출산에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딸을 낳은 뒤 골반 뼈가 부러져 숨을 거뒀다.
홀로 남은 공룡(이민호)은 이브를 화장해 우주에 뿌렸고, 건강이 악화될 것이라는 경고에도 아이와 함께 지구로 가기 위해 우주에 머물렀다. 그 때문에 엔딩 무렵 공룡으로 추정되는 남자는 휠체어를 탄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국내 최초 스페이스 오피스물, SF와 로맨틱 코미디를 결합한 독창적 장르의 탄생을 내세우며 출발했다. 주연배우 캐스팅부터 첫 방송까지 준비기간만 5년, 총제작비는 500억에 달했다. 명실상부 2025년 tvN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이었다.
그런 '별들에게 물어봐'가 강조한 것은 '생명의 소중함'이었다. 산부인과 의사인 공룡은 거액을 지불하고 '우주관광객'이 됐다. 우주에서 생명을 임신하고 출산할 수 있는지는 실제 과학자들의 아주 오랜 연구 과제다. 인류의 우주 진출 속도가 빨라지며 더욱 탄력을 받고 있으며 우주에서 쥐 배아 배양 성공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공룡이 우주로 향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재벌가 회장의 '대'를 잇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이었다. 무중력 상태를 이용해 죽은 아들의 찌그러진 정자를 펴고, 난임 며느리의 난자를 몰래 숨겨 인공수정을 성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우주로 향하는 이유가 이렇게 구시대적이기도 힘들 것이다.
그래도 첫 회에서는 이브와 공룡을 태운 우주선 지오텐(G.O-10)의 출발부터 우주 궤도에 무사히 안착하기까지가 그려졌다. 그 과정에서 신비롭고 광활한 우주, 무중력 상태에서의 우주인의 움직임 등 흥미를 자극할 요소들이 하나하나 펼쳐졌다. 우주에서의 로맨스, 과학자들의 치열한 탐구 정신 혹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SF를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처음 마주한 우주에서의 '생명'은 우주선에 무임승차한 초파리들의 교미였다. 설상가상으로 "드디어 암컷의 똥구멍을 핥기 시작했어요. 섹스하겠다는 신호입니다"라는 이브의 대사까지 함께했다.
그렇게 시작된 정자, 난자, 임신, 교미, 자궁, 섹스 타령은 잊을만하면 계속됐다. 공룡과 최고은(한지은), 박동아(김주헌)와 이브, 강태희(이엘)와 박동아, 미나 리(이초희)와 이승준(허남준), 다시 이브와 공룡까지 베드신도 쏟아졌다. 되려 로맨틱한 키스신이나 설렘 가득한 소소한 스킨십 장면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감정이 깊어지는 과정보다는 '번식'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를 감성도 문제다. 공룡을 키운 것은 친모가 아닌 술집에서 일하는 세 이모다. 그 성장과정을 두고 공룡은 "담배향에 찌들었어도 이모들의 가슴은 아주 크고 안전했다"며 감성에 젖는다. 이모들에게 "공부해야 하니까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 좀 벌어오라"라고 종용한 건 공룡이다. 그런 주제에 돈을 주지 않은 손님에게 "예쁜 여자들이랑 놀았으면 양심이 있어라"라며 주먹을 휘두른다.
뿐만이 아니다. 공룡은 독한 술을 마시고 '커멘더' 이브의 침실에 무단 침입해 자신의 마음을 일방적으로 고백했다. 금지된 실험 결과물인 모룰라(초기 배아 단계)의 폐기를 두고 "정자, 난자 만나는 순간부터 그건 생명"이라더니 이브에게 "살인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에도 모룰라 때문에 울부짖으며 끝내 이브의 멱살까지 잡았다. 2025년 로맨스 드라마에서는 참으로 귀한 자기중심적 사고와 폭력성이다.
공룡을 키운 이모 중 한 명인 정나미(정영주)가 이브의 친모였다는 출생의 비밀도 식상하기 그지없다. 반전이라기에는 놀랍지도 않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딸을 버리고는 공룡을 위해 희생하며 뒷바라진 한 삶이라니. 이브를 떠보는 듯하더니 알아보지 못한 채 변명을 쏟아내고, 결국 이브가 용서하는 그림에서는 무엇을 느껴야 할지 의아함까지 자아낸다.
이브의 사망 또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어찌 됐든 길고 긴 이야기를 끌어오며 말한 것은 '생명의 소중함'이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출산 장려 드라마'라도 되었어야지. 30대 엘리트 여성은 결국 임신과 출산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브의 미래는 사라졌다. 죽음으로서 남겨진 사람들에게 교훈이 됐을 뿐이다. 이브의 삶은 '별들에게 물어봐'에서 소중하지 않았나.
이 같은 의아함과 불만은 고스란히 '별들에게 물어봐' 시청률로 반영됐다. 첫 회 3.3%(닐슨코리아 전국 평균 기준, 이하 동일)로 출발해 2회 3.9%가 자체 최고 시청률이 됐다. 5회 만에 1.8%까지 추락하며 토일극 기준 6년 만의 1% 시청률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를 시작으로 무려 여섯 차례 1% 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별들에게 물어봐'를 향한 기대가 처참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종영 전날 1.7%로 자체 최저 시청률을 경신하기도 했다. 통상 가장 최고점을 찍는 마지막 회 시청률은 2.6%에 그쳤다. 그리고 놀랍게도 '별들에게 물어봐'는 시청자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첫 회 "우주는 자궁 같다고 생각했는데 우주는 무덤인 걸까?"라던 공룡은 마지막 회가 되자 "우주는 무덤이자 자궁이 되어 주었다"고 했다. 수미상관보다는 '자궁 타령'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마무리었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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