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의 호흡을 전했다.
마이데일리는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영화 '미키 17' 개봉을 앞둔 봉준호 감독을 만나 작품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등이 출연한다.
이날 봉 감독은 "미키 17은 찌질하면서 요즘 말로 '찐따미'가 있다. 맨날 손해 보게 생겼고 화도 못 내는 측은한 사람이다. 너무 개구지고 웃긴 것보다 측은하고 소심한 느낌이 필요해 톤 조절을 했다. 기본적으로 로버트 패틴슨 스스로 만들어낸 톤이다. 영어 뉘앙스는 배우들이 훨씬 잘 알기 때문에 의지하고 부탁했다. 로버트 패틴슨이 이 역할에 대한 욕심과 비전이 있었던 것 같다. 섬세하게 준비를 많이 했다. 저로선 행운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트와일라잇'의 잘생긴 뱀파이어로 유명한 로버트 패틴슨이다. '찐따미' 낭낭한 미키 역에 그를 캐스팅한 이유를 묻자 봉 감독은 "저를 꽃미남 파괴자로 보는 시선이 있다"며 웃었다.
이어 "사실 '마더' 때 고생했다. 원빈 씨를 안 잘생기게 찍는 게 어렵더라. 촬영한 걸 보면서 '어? 잘생겼어... 조명이라도 바꿔보세요.' 이랬던 기억이 있다"며 "저도 '트와일라잇'에서 로버트 패틴슨을 보고 창백하고 멋지다고 느꼈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 연기 욕심이 많아서 미국 독립 영화도 많이 했고 추상적인, 과감한 연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좋았던 건 사프디 형제의 '굿타임'과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라이트하우스'였다. '굿타임'에서는 리얼하고 구질구질하고 땀에 절은 캐릭터를 보여준다. '라이트하우스'에서는 등대에서 일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엄청난 광기의 에너지를 폭발한다. 이걸 보고 미키 18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사실 1인 2역이다. 소심하고 찌질한 17과 광기 폭발 18이 다르다. 17은 잘할 것 같았다. 배우 본인이 그런 부스스하면서 착한 느낌이 장착돼 있다. 처음 LA 카페에서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며 "17은 제가 디테일하게 캐릭터 설정을 했다. 근데 18에서는 예측하지 못했던 즉흥 연기와 대사가 많이 나왔다. '전기 뱀장어' 관련 (19금) 애드리브도 있는데 시나리오에는 없던 대사다. 미국인들이 많이 웃더라. 18은 그런 상식 범위를 벗어나는 캐릭터지만, 뒤로 가면서 큰형님처럼 변한다. 17을 보호하는 느낌이 생긴다. 그 짧은 생애에도 변화가 있다. 쉽지 않은 일인 다역을 여러 가지 느낌으로 표현해 줬다. 다른 배우가 했으면 어땠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극찬했다.
재밌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봉 감독은 "그 친구가 요즘 손하트에 재미 들었는지 저한테 자꾸 하자고 하더라. 베를린영화제에서도 하고 있더라. 제가 시킨 거 아니다. 재밌나보다. 다른 영화 할 때도 저러려나 싶다"며 "로버트 패틴슨은 실제로 조용하고 착한 스타일이다. 다른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스태프를 힘들게 하거나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 영국 촬영 때 스태프들도 신기해했다. 한국에 왔을 때도 불평불만 하나 없이 홍보 일정을 소화했다. 시장 갔다가 하필 '런닝맨'을 만나기도 했더라. 재석 씨가 이상한 옷을 입고 있던 때인데. (웃음) 그때도 피하지 않고 유쾌하게 했더라. 동서양을 떠나 나이스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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