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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자신에게 베팅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LA 다저스 김혜성은 1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2일차 훈련을 소화했다. 아직 야수조가 공식적으로 합류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김혜성은 지난 12일 훈련이 시작됨과 동시에 팀에 합류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을 해 나가고 있다.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은 뒤 KBO리그에서 8시즌 동안 953경기에 출전해 1043안타 37홈런 386타점 591득점 211도루 타율 0.304 OPS 0.767의 성적을 남긴 김혜성은 2024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들겼다.
장타력의 부재는 가장 큰 단점이지만, KBO리그에서 통산 211번의 베이스를 훔친 폭발적인 스피드와 현재 주 포지션인 2루를 비롯해 유격수와 3루수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김혜성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특히 지난 시즌에는 커리어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까지 쏘아올리며 장타력도 늘려갈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을 대상으로 포스팅이 된 후 김혜성과 관련된 소식은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LA 에인절스 등 많은 구단들과 연결고리는 형성됐지만, 추가 보도가 나오지 않으면서 어느새 포스팅 마감 직전까지 시간이 흘렀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매력적인 오퍼를 받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생겨났다.
그러나 김혜성의 포스팅 불발은 없었다. 김혜성은 포스팅 마감을 불과 몇 시간 앞둔 가운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LA 다저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다저스와 김혜성의 계약 규모는 3+2년 총액 2200만 달러(약 320억원). 김혜성은 3년 동안 다저스로부터 1250만 달러(약 182억원)을 보장받고, 이후 다저스가 김혜성과 동행을 희망해 옵션을 발동할 경우 2년 동안 950만 달러(약 138억원)을 추가로 지급받는 구조다.
지난해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며 월드시리즈(WS)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릴 정도로 강력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미 내야가 포화 상태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저스가 김혜성을 영입한 것은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브랜든 곰스 단장은 김혜성과 계약을 맺은 뒤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김혜성이 조금만 변화한다면, 충분히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다저스는 곧바로 움직임도 가져갔다. 그동안 주전 2루수를 맡았던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며 교통정리에 돌입한 것. 물론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결코 아니다. 여전히 다저스에는 김혜성 외에도 토미 에드먼과 크리스 테일러, 미겔 로하스까지 2루수를 맡을 자원이 넘쳐나며, 최근에는 '슈퍼 유틸리티' 키케 에르난데스와 다시 결합한 까닭이다.
김혜성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김혜성은 어떻게든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특히 13일 스프링캠프 2일차 훈련에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일정을 모두 마치고 야구장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김혜성은 계속해서 훈련에 매진, 구슬땀을 흘렸다. 이런 모습에 무키 베츠는 김혜성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해줬고, 클레이튼 커쇼와 오타니 쇼헤이도 김혜성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이 타격 훈련을 마친 뒤 홀로 그라운드에 남아 있자, 먼저 김혜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리고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는지, 김혜성은 로버츠 감독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고, 로버츠 감독은 악수를 건네며 화답했다.
그리고 이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의 첫 인상에 대한 질문에 활짝 웃었다. 사령탑은 "김혜성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며 "김혜성은 우리 캠프에서 체지방이 가장 적은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멀리서 보는 김혜성은 다소 외소해 보일 수 있으나, 온몸이 근육으로 뒤덮혀 있는 선수. 그 탄탄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특히 로버츠 감독은 다저스를 택한 것에 매우 높은 점수를 매겼다. 그는 "나는 김혜성이 자신에게 베팅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김혜성에게는 다른 기회가 있었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좋은 선수들이 많은 다저스를 택했기 때문에 높이 평가한다"며 편한 길보다 험난한 도전을 택한 김혜성을 리스펙했다. 과연 김혜성이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 개막 로스터 합류를 이뤄낼 수 있을까. 다저스 선수단에 좋은 첫 인상을 남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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