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투톱 체제 복원 엿새만에 다시 1인 체제로
갑작스러운 비보에 DX부문 리더십 공백 우려
각계 애도 행렬…조주완 LG전자 사장 "한국 전자산업 발전 노력"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25일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기존 공동 대표이사 한종희, 전영현에서 전영현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위촉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과 함께 '투톱' 체제로 삼성전자를 이끌어왔다. 최근 이사회에서 전 부문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하고 부문별 사업책임제를 확립한지 6일 만에 비보가 발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한 부회장의 유고에 따라 전 단독 대표이사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코뿔소 정신'으로 37년간 삼성전자에 몸 담으며 TV 사업 1등 신화를 이끈 주역 한 부회장은 1988년 영상사업부 개발팀, LCD TV 랩장, 개발그룹장, 상품개발팀장, 개발실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을 통해 부회장까지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다. 한 부회장은 사실상 삼성전자의 브라운관 TV부터 PDP TV, LCD TV, 3D TV, QLED TV에 이르기까지 모든 TV 제품을 개발하는 데 참여하거나 주도했다.
11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수성한 공을 인정받은 한 부회장은 2017년 11월 삼성전자 VD사업부장(사장)에 올랐고 2021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 부회장은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제품 군에서 기술 혁신을 이끌며 전사 차원의 품질 역량 강화를 주도했다.
한 부회장이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오른 것은 1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직접 진행하며 주주들과 적극 소통한 모습이다. 직후 한 부회장은 가전 전시회 'AWE 2025'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안전하고 쉬운 AI 홈의 완성'을 주제로 생활가전(DA)사업부가 오는 26일 열 예정이었던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 행사도 직접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봄에도 열렸던 이 행사에서 한 부회장은 직접 기조연설자로 나서 비스포크 신제품과 사업 전략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도 한 부회장은 연사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비보에 행사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당분간 삼성전자 경영 리더십 공백은 불가피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부회장이 최근까지 왕성한 경영 활동을 펼쳐온 만큼 삼성 안팎은 큰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37년간 회사에 헌신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세트 부문장과 DA사업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추모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노조 웹사이트에 검은 바탕 화면과 함께 '고(故) 한종희 대표이사의 명복을 빕니다.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라는 근조 게시문을 올렸다.
업계 동료인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은 "한국의 전자산업 발전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 주셨고 37년간 회사의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많은 기여를 하신 분으로 아쉽게 생각하도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공계 출신으로 개발팀장을 거쳐 최고경영자에 올랐고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대기업이 장악하던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로 우뚝 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분"이라며 "기술 패권 경쟁의 시대에 큰 별을 잃게 돼 안타까움이 크다"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한 부회장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3월 27일, 장지는 시안가족추모공원이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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