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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로사 기자] 조용한데 강하다. 115분의 러닝타임 동안 배우들의 연기 향연이 펼쳐진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탄탄한 연기력으로 완성된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 이야기다.
영화는 바둑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금의환향한 조훈현(이병헌)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조훈현은 바둑을 시작한 지 반년도 안 된 꼬마 이창호(김강훈·유아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제자로 들이게 된다. 정제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재능이 있는 이창호를 가르친 지도 수년. 모두가 스승의 승리를 예상했던 첫 대결에서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패배하고 만다. 조훈현은 패배의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이창호는 스승을 밟고 올라섰다는 쓴소리를 듣게 되는데. 조훈현은 좌절감을 딛고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승부'는 두 바둑 레전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만큼, 바둑을 두는 장면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잘 아는 사람도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졌다. 초읽기, 정석, 포석, 패착, 수상전 등 바둑 용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막으로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진다.
이병헌은 바둑 레전드 조훈현을 2025년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이병헌은 조훈현 그 자체로 분해 바둑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모습부터 제자에게 패배하는 감정의 격차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머리 스타일부터 옷, 행동 하나하나까지 조훈현 국수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 시절 조훈현을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더욱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이창호의 어린 시절은 김강훈이, 성인 이창호는 유아인이 연기한다. 김강훈은 바둑에 재능 있는 이창호를 당돌하고 똑 부러지게 표현해낸다. 대선배 이병헌에게도 밀리지 않는 연기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성인 이창호 역의 유아인은 극 중 어린 시절인 김강훈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다. "편집하지 않았다"는 감독의 말대로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이병헌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김형주 감독은 유아인 리스크와 함께 개봉하는 '승부'에 대해 "선택과 판단은 대중 몫이라 제가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영화를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하는 어려운 부탁을 드리고 싶다. 세상에 나오기 전에 상처를 받게 됐는데, 연고라도 발라주시는 마음으로 바라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약 혐의를 받는 배우를 편집하지 않고 내보내는 '승부'가 관객들에게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소소한 코믹부터 드라마, 휴머니즘 등 여러 가지 장르를 맛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추천한다.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26일 개봉.
박로사 기자 teraros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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