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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로사 기자]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로 개봉이 불투명했던 영화 '승부'가 베일을 벗는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 시사간담회가 개최됐다. 현장에는 배우 이병헌을 비롯해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조우진, 김형주 감독이 참석했다.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지난 2021년 촬영을 마치고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로 공개가 잠정 보류됐다.
이날 김형주 감독은 "바둑을 몰라도 이 영화를 볼 때 문제가 없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극장을 통해 영화를 내놓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운을 뗐다.
당초 '승부'는 이병헌과 유아인의 투톱 영화로 제작됐다. 그러나 유아인의 마약 파문이 일면서 이병헌 원톱 영화로 바뀌게 됐고, 이에 투자배급사 측은 포스터, 예고편, 스틸 등에서 유아인을 삭제했다. 그러나 김형주 감독은 유아인을 편집하지 않고 관객들에게 선보이기로 결심했다.
김 감독은 "캐스팅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유아인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리면 주연 배우로서 무책임할 수도, 실망스러울 수 있는 사건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면 지옥 같은 터널에 갇힌 느낌이었다. 막막했지만 출구 쪽에 개봉이라는 빛이 보여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고 감격스럽다. 저 못지않게 배우들과 스태프들도 개봉을 기다렸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요즘이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또한 "선택과 판단을 하는 건 대중 몫이라 제가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영화를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하는 어려운 부탁을 드리고 싶다"며 "세상에 나오기 전에 상처를 받게 됐는데, 연고라도 발라주시는 마음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병헌은 대한민국 바둑 레전드 조훈현 역을 맡았다. 2023년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후 2년 만의 스크린 컴백이다. 이병헌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승부'의 여러 다큐멘터리를 찾아봤다. 이렇게까지 드라마틱한 일이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두 레전드가 이러한 사연이 있고, 과정이 있다는 게 너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바둑판 앞에서 감정 변화 없이 모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폭발하는 감정, 절망스러운 감정 등 여러 극단적인 감정들을 정적인 가운데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작은 눈빛의 떨림으로 큰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 한편으로는 재미를 느꼈던 부분이다"라고 신경 쓴 부분을 밝혔다.
조훈현 캐릭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조훈현 국수는 대한민국 최초로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너무나 많은 기록을 갖고 계신 분이다. 집에서 키웠던 제자에게 지고 난 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한 계단씩 올라가서 정상을 올라간다"며 "그 기분이 영화에서는 한 줄 대사로 표현될 수 있지만, 실제 그 마음은 상상하기 힘들었을 거다. 그런 감정을 내 걸로 만드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병헌은 유아인과 호흡을 맞춘 소감도 전했다. 그는 "처음에 캐스팅을 듣고 기대가 되고 설렜다. 개인적으로는 유아인 씨와는 처음 호흡을 맞추는 거라 궁금하기도 했다"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과묵한 후배였다. 많은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못 가졌다. 그래도 현장에서 역할에 몰입하고 리허설하는 시간에서는 굉장히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다. 몰입할 때 많은 도움이 됐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남기철 프로기사 역은 조우진이 연기했다. 조우진은 "그림자 같은 역할이라 생각했다. 최대한 진정성 있게 목격하고 호흡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화려한 사제 대결의 의미에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조훈현 국수, 이창호 국수에게 조언을 건네는 장면이 있다. '어떻게 해야 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한테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겠다 말씀드렸다. 담백함을 담아내려 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 프로 기사이자 바둑 기자 천승필 역을 맡은 고창석, 조훈현과 이창호의 전설적인 사제 관계를 지켜보며 함께한 이용각 프로 기사 역의 현봉식, 조훈현의 아내 정미화 역의 문정희까지 합류해 연기 대결을 펼친다.
끝으로 배우들은 '승부'에 대한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조우진은 "심기일전, 절치부심이 필요한 분들께 선물 같은 영화이길 바란다. 진정성은 변치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이병헌은 "바둑을 두는 중요한 장면들이 나오는데, 스크린으로 봐야 디테일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승부'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박로사 기자 teraros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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