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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타격으로 긴장하는 일은 없지만…"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18일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구장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도쿄시리즈 개막전 시카고 컵스와 맞대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활약, 정규시즌 첫 승을 견인했다.
지난 2018년 LA 에인절스와 손을 잡으며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이후 오타니는 단 한 번도 일본에서 빅리그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 앞서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1조 168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직후에도 오타니의 개막전은 일본이 아닌 서울이었다. 당시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은 가운데 오타니가 서울시리즈를 통해 다저스 데뷔전을 갖자, 일본에서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기회가 찾아왔다. 다저스가 일본 도쿄돔에서 시카고 컵스와 '도쿄시리즈'로 개막전을 갖게 된 까닭. 덕분에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국제대회가 아닌, 빅리그 정규시즌으로 일본에서 경기를 갖게 됐다. 이에 일본 열도는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 17일에는 경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시리즈 공식 굿즈샵에는 발을 디딜 틈이 없었고, 18일 도쿄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긴 줄이 늘어섰다.
이러한 열기 속에서 오타니는 변함없이 리드오프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날 오타니의 어깨는 평소와 달리 매우 무거웠다. 오타니는 무키 베츠-프레디 프리먼과 함께 'MVP 트리오'로 불리는데, 오타니를 제외한 두 선수가 모두 전열에서 이탈했다. 베츠는 위장염 증세로 인해 일주일 동안 무려 7kg에 가까운 체중이 빠지게 되면서 지난 17일 미국으로 조기 귀국했고, 프리먼은 18일 경기가 시작되 40분 전 갑작스럽게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이날 경기의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오타니는 지난해 5번의 맞대결에서 단 한 번도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던 이마나가 쇼타를 상대로 첫 타석에서 2루수 땅볼로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3회 두 번째 맞대결에서도 오타니는 2루수 직선타로 물러나면서 이마나가를 상대로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이마나가가 교체된 후 오타니가 조금씩 힘을 쓰기 시작했다.
오타니는 0-1로 뒤진 5회초 1사 1루에서 컵스의 바뀐 투수 벤 브라운을 상대로 4구째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높은 커브에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고, 무려 107.4마일(약 172.8km)의 속도로 뻗은 타구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됐다. 오타니의 안타로 다저스는 득점권 찬스를 손에 쥐었고, 토미 에드민이 동점타를 터뜨렸다. 그리고 오타니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땅볼 때 컵스 내야의 실책이 발생하자, 이를 틈타 홈까지 내달리며 역전 점수를 만들어냈다.
오타니는 3-1로 역전에 성공한 6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 다시 만난 브라운을 상대로 삼진을 당했지만,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마지막 타석에서 최근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컵스의 바뀐 투수 라이언 브레이저를 상대로 5구째 몸쪽 낮은 코스의 슬라이더를 힘껏 잡아당겨 우익수 방면에 2루타를 폭발시켰다. 타구속도 107.8마일(약 173.5km). 그리고 오타니는 테오스카의 적시타에 다시 한번 홈을 파고들며 쐐기 점수까지 뽑아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WS) 무대에도 서고,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우승 직전 마운드에 오르기도 하는 등 수많은 경험을 했던 오타니도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고 일본 팬들 앞에서 뛰는 경기는 다소 긴장이 됐던 모양새. 경기가 끝난 뒤 사복차림으로 기자회견에 등장한 오타니는 "그다지 타격으로 긴장하는 일은 없지만, 첫 타석에서는 드물게 긴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이날 도쿄돔에는 무려 4만 2365명의 만원관중이 들어찼는데, 이 수많은 팬들이 오타니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는 "일본 특유의 분위기랄까, 수많은 관중들이 찾아온 것을 비롯해 어떻게든 안타를 쳐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래도 안타를 쳐서 다행"이라며 "조금 과했지만, 볼넷 만으로는 안 된다는 느낌었다. 그러나 다른 타석에서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이날 4개의 질문만 받고 자리를 떴는데,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동료들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 특히 이날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야마모토 요시노부에 대해 "처음부터 믿음직스러웠다. 메탈도 그렇고 야구 스킬도 좋다. 선취정믈 빼앗긴 뒤에도 냉정하게 대처했다. 3회도 잘 버텼고, 더 좋은 투구를 해 나가는 것은 선발 투수로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믿음직스럽다는 느낌으로 벤치에서 봤다"며 야마모토의 호투와 팀의 승리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도쿄(일본)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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