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커지는 불확실성에 이사회 전문성 강화 '눈길'
반도체 전문가·글로벌 인재 이사 영입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향방 주목…주총서 의결권 정면 대결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들은 '주주확대'와 '이사진 개편' 계획을 꺼내 들었다. 기업들은 장기적 차원의 기업 가치 제고 전략을 병행하는 동시에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인 만큼 이사회 전문성을 강화해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14일 기아를 시작으로 19일 삼성전자, 20일 현대차, 25일 LG전자, 27일 SK하이닉스 등이 차례로 주총을 연다. 주총은 주주가 모여 회사의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회의로 상장사라면 연 1회 의무 개최해야 한다.
밸류업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도 주주환원 정책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SK하이닉스는 연간 고정배당금을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올려 총 현금 배당액을 연간 1조원 규모로 확대했다. 현대차는 실적 호조를 반영해 2024년 기말 배당금을 주당 6000원으로 결정했다. 연간 배당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역대 최대 수준인 주당 1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번 주총 시즌 관전 포인트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꼽힌다. 이달 말로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는 경영권을 놓고 지분 매입 경쟁을 벌여온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의결권 정면 대결이 예상된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 임시의장 선임과 자사주 전량 소각, 5∼17명 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특히 법원이 지난 임시 주총에서 결의된 집중투표제 효력을 인정하면서 이사회 장악과 수성을 놓고 양측이 치열한 표 대결을 펼치게 된 상황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각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당 선출해야 할 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받는 제도다. 소수 주주의 주주제안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널리 알려진 집중투표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역량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이사로 영입해 이사회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이사회에 반도체 전문가 3인을 내정했다. 신임 사외이사로 반도체 기술 전문가인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영입했다. 신규 사내이사로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을 내정했다. 그간 이사회에 경제 관료 출신 등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삼성전자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응하고 전문성을 키워 초격차 기술 경쟁력 회복에 힘을 싣는다는 취지다.
사내·사외이사에 관련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배치해 글로벌 대응에 속도를 높이는 곳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인재를 대거 발탁했다. 김수이 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글로벌 사모투자 대표, 도진명 전 퀄컴 아시아 부회장, 벤자민 탄 전 싱가포르투자청(GIC) 아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한다. SK그룹의 지주사 SK㈜는 신임 사외이사로 에너지 전문가인 이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과 국제관계 전문가인 정종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내정했다.
주총을 통한 총수의 이사진 복귀 여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해 주총에서 5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한다.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일단 불발됐다.
신사업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정관 개정에 나서는 곳도 있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투싼 ix FCEV' 출시 이후 12년 만에 수소사업을 정관에 등재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정관에 수소사업을 등재해 최근 이어진 수소차 판매량 부진에 대응하고 글로벌 수소 생태계 주도권을 잡는 동시에 수소 밸류체인 관련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서 정의선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비롯해 이사보수한도 증액(218억→ 237억원) 등의 안건도 상정한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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