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리들의 후쿠오카 | 저자: 양미석 | 출판사: 노트앤노트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디자이너 강은영] 줄줄이 이어지는 긴급한 마감을 끝내고 숨을 깊게 내쉬었다. 지난 몇 달 동안 하늘 한 번 볼 틈도 없이 시간이 흘렀다. 퇴근 후 작업실을 나오는데 문득 계절이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겨울이 조금 자리를 비켜서니 봄이 슬그머니 자리 잡고 앉았다. ‘한 계절을 이대로 보내기에 아쉽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우동 먹으러 잠깐 일본 다녀왔어”라는 드라마 대사가 떠오른 건 왜일까. 내친김에 항공편을 검색하고 홀린 듯 숙소를 예약했다.
‘또쿠오카’ 후쿠오카의 별칭이다. 나 역시 처음은 아니니 괜히 붙은 별칭이 아님을 실감한다.
많은 사람이 다시 후쿠오카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 것도 아니고, 이국적인 풍경이 가득한 것도 아닌데.
하지만 후쿠오카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일상을 벗어나기에 적당한 거리, 과하게 붐비지 않는 거리 풍경, 게다가 맛있는 음식이 주는 만족감까지.
이번 여행은 무계획이 계획인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의 ‘P’ 말고 계획 수호자 ‘J’처럼 해보기로 했다. 가이드북 <우리들의 후쿠오카> 펼쳐 정리된 정보를 찬찬히 훑어본다.
후쿠오카 공항은 일본에서 네 번째로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공항이며, 하카타 시내까지 이동 시간이 단 5분이다. 인구밀도 7위, 음식점 수 5위라는 데이터는 후쿠오카를 여행지로 고르는 이유가 된다. 도시 크기가 아담해 짧은 일정에도 부담이 없다.
소개된 장소마다 붙은 부제가 짧지만 재치 있다. 여행 즐거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맛있는 음식과 함께라면 배가 된다. 책 속 맛집 리스트는 만리장성처럼 길고 많은데, 하루 세 끼만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상당히 아쉬울 따름이다.
한 번에 한 나라, 한 도시만 여유롭게 둘러보는 저자 양미석의 여행 방식은 도시를 서둘러 보던 이에게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여러 권의 일본 여행서를 집필한 그는 후쿠오카에 두 달 동안 머물며 도시를 익혔다. 그 후 남편에게 열흘 동안 도시 곳곳을 안내했다.
정성껏 엄선한 후쿠오카의 숨은 매력을 읽으며 마치 여행지에 다시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고르고 골라 썼다는 저자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후쿠오카의 봄은 여행하기 더없이 좋다. 건조하고 코끝 시린 겨울 여운과 새해 기대가 어우러지는 봄의 살랑임이 공존한다. 즐길거리가 촘촘하게 모여있는 후쿠오카는 산책하기 더없이 좋다.
책을 덮은 뒤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먹고, 마시고, 산책하는 즐거움.
이 간단한 행복을 잊고 있었다.
|강은영. 책을 최고로 많이 읽는 북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지 않는 북디자이너가 되고 싶지 않은 북디자이너. '표1'보다 '표4'를 좋아한다.
디자이너 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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