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트럼프 관세 정책 영향으로 글로벌 물동량 감소 악재
해운·항공업계, 운임 하락에 신규 수출처 및 노선 발굴 비상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 '관세 폭탄' 후폭풍에 국내 해운·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해상 및 항공 화물운임이 급락하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화물운임을 나타내는 발틱항공운임지수(BAI00)는 올해 3월 기준 2034p로, 지난해 12월(2602) 대비 21.8% 감소했다.
이 같은 급격한 운임하락을 두고 업계는 미국이 자국 보호무역 강화를 위해 지난달 4일 중국 수입품에 10% 관세를 매긴 데 이어 이달 4일부터 추가로 10%를 추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캐나다·멕시코에 25% 추가 관세를 선언했다가 1개월 유예하는 등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운임 하락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항공운임에 영향을 미치는 해상 컨테이너선 운임을 반영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지난 7일 기준 1436.30을 기록하며 15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통상 항공 화물 운임은 해운 운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앞으로 항공 화물 운임이 하락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도 미국이 관세를 본격적으로 부과하기 전 '밀어내기 방식'으로 수출 물량을 쏟아냈으나, 관세 시행 이후 물동량이 급감하며 운임 하락을 부추길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 지난달 화물 물동량은 유럽과 미주로 가는 장거리 화물 물동량이 감소함과 동시에 21만2000톤(t)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0.4% 줄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해운·항공업계는 반짝 호황과 매출 상승이라는 호재를 맞았었다. 항공업계의 경우 항공기 이용 여객 수만 1억2005만8371명으로, 2023년 1억51만8691만명보다 19.5%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이전의 호황기를 되찾기도 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지난해 16조1166억원의 연간 매출액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으며, 아시아나도 작년 7조592억원으로 2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제주항공도 지난해 매출액 1조93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증가해 창립 이후 최대 매출을 거뒀다.
국내 해운사들도 작년 코로나19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두며 호황을 누렸다. 국내 대표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지난해 매출 11조7002억원, 영업이익 3조512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9%, 501% 증가했다. 현대글로비스도 해운부문에서 매출 5조1209억원, 영업이익 366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1.5%, 60.5% 성장했다.
반면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과 공급망 재편 가속화 등의 이슈로 항공과 해운업의 수급 불균형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국내 해운·항공업계는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국내 해운사들은 친환경 선대 확대와 신규 노선 개설 등 다각적인 대응전략으로 위기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HMM은 올해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9척과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 등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추가로 도입한다. 팬오션도 올해 LNG선 5척을 추가 도입하고 2028년까지 각각 6척의 벌크선과 탱커선을 인도할 예정이다.
항공업계도 추가 운임 하락과 고환율 기조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전자상거래 신규 화주 및 목적지 발굴로 파트너십을 넓히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에 나설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물동량이 줄어든 지역은 화물 노선을 적게 운영하고 일부 노선은 화물판매 단가를 조정하는 등 효율성을 극대화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해운·항공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세계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시황 악화까지 올해 최악이 한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며 "기업 스스로 관세 리스크 강화 등 상황을 지켜보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사업 효율화에 중점을 두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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