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 관리의 실패다.
K리그 잔디 문제가 우려했던 대로 빠른 개막 여파로 시즌 초부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한파로 얼어붙은 그라운드를 향한 불만은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서울월드컵경기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경기에서는 잔디가 주인공이었다. 선수들이 뛰는 동안 계속해서 파임 현상(디봇)이 일어났다. 아찔한 장면도 발생했다. 서울의 주장 린가드가 잔디에 걸려 넘어지면서 부상을 당했다. 경기 후 김기동 서울 감독과 정정용 김천 감독, 김진수와 정승원 등 그라운드 상태에 불만을 표출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K리그 경기뿐 아니라 축구대표팀 경기 후에도 비판이 이어졌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한국이 아닌 원정에서 경기력이 더 좋다”라며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은 2020년에 11억을 투입해 하이브리드 잔디를 도입했다. 하이브리드 잔디는 천연 잔디 95%에 인조 잔디 5% 함유된 형태로 천연 잔디 사이에 인조 잔디가 자리하면서 디봇 현상이 줄어들게 된다.
시행 초기 반응은 좋았다. 다소 미끄러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패스조차 못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각 구장 모두 하이브리드 잔디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잔디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엉망진창이 됐다. 당장 보수를 하더라도 여름에는 무더위와 장마가 찾아와 또 잔디를 괴롭니다.
결국 관리의 문제다. 아무리 좋은 잔디를 도입하더라도 방치하는 순간 말짱 도루묵이다. 한 K리그 관계자가 “잔디는 관심의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축구 경기가 아닌 공연과 각종 행사로도 ‘당연하게’ 활용이 돼 왔다. 지난해에는 잼버리 사태까지 있었다. 이는 비단 서울월드컵경기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설관리공단의 경기 외적인 수입 방안 자체를 손가락질할 순 없지만 그만큼의 재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설관리공단이 82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음에도 잔디 관리 비용에 3%(2억 5,000만원)에 불과했다.
해결책으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방안은 열선 시스템 구축이다. 저온 관리 시스템이라고 불리며 그라운드에 열선을 깔아 여름에는 차가운 물을,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보내 그라운드의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J리그에서는 비셀 고베가 2019년에 열선을 설치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난 5일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고 한국영 이사장은 열선 도입 예산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열선 시스템 도입도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다. 장비 구축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뿐더러 해당 방안이 한국 잔디 스타일이 적합한지도 확실하지 않다.
이제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나서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잔디 이슈가 더 논란인 이유는 ‘추춘제’와 연관이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지난해 추춘제를 도입한 데 이어 일본 J리그도 2026-27시즌부터 추춘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하면서 K리그도 추춘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고 자연스레 추춘체를 시행할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던 중 겨울 한파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올시즌 가장 빠르게 2월 중순에 개막을 했고 예상대로 잔디는 비정상이었다.
연맹은 올시즌 홈 경기장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홈 경기장을 변경하거나 제 3구장에서 경기를 치르게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그라운드 상태를 좋게 유지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잔디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안은 아니다. 또한 시즌 전에 경기장 관련 전문가를 채용했으나 이달 17일에 업무 시작으로 아직까지는 전문적인 ‘팀’이 구성되지 않았다.
추춘제를 도입할 경우 올시즌과 유사한 환경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그만큼 리그를 운영하는 연맹의 책임이 더욱 커진다는 걸 의미한다. 구단이 경기장을 소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관리에 대한 방향성과 구체적인 방안을 본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연맹은 K리그를 관장하는 주체다. 선수들이 최소한 부상을 당하지 않는 그라운드에서 뛰고, 관중들이 잔디 상태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 시설관리공단이 소극적인 투자 기조를 보이더라도 연맹은 더 주도적으로 잔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한 축구계 관계자도 “연맹이 더 적극적으로 잔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덥거나 춥다는 환경 ‘탓’만 할 수는 없다. 책임감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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