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쿠바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리반 모이넬로는 14일 대만 타이베이의 티엔무야구장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한국과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투구수 50구, 4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3사사구 6실점(6자책)을 기록했다.
모이넬로는 이번 쿠바 대표팀에서 가장 무서운 투수로 볼 수 있었다. 지난 2017년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은 모이넬로는 최고 158km의 강속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지는 좌완 투수로 지난해까지 불펜 투수로 일본에서 활약했다. 모이넬로는 데뷔 첫 시즌 4승 3패 15홀드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이듬해 49경기에서 5승 1패 13홀드 평균자책점 4.53로 다소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3년차부터는 난공불락 그 자체였다. 모이넬로는 2019년 3승 1패 34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를 기록하더니, 2020년 2승 3패 3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하며 2022년까지 4년 연속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27경기에 나서 3승 13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0.98로 압권의 성적을 거둔 뒤 본격 선발로 포지션을 전향했고, 대성공을 거뒀다.
모이넬로는 올해 25경기에 등판해 163이닝을 소화, 11승 5패 평균자책점 1.88의 성적을 남겼는데, 평균자책점과 WHIP(이닝 당 출루 허용률, 0.94)는 퍼시픽리그 1위에 해당됐고, 다승 공동 4위, 탈삼진 4위(155개)에 이름을 올렸다. 셋업맨과 마무리 뿐만 아니라 선발 투수로도 최고의 기량을 보유한 선수라는 점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당초 쿠바 아르만도 존슨 감독은 프리미어12 대회에 앞서 평가전이 끝난 뒤 모이넬로를 개막전이었던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내세울 뜻을 밝혔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되기 전 공개된 선발은 예상을 빗나갔다.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모이넬로가 아닌, 류중일호와 평가전에 등판했던 요에니 예라가 예고된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모이넬로의 등판은 한국전이 유력해졌고,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모이넬로가 한국을 상대로 등판하게 된 것이다.
개막전에서 대만에게 무릎을 꿇으면서 슈퍼라운드 진출에 적신호가 점등된 대표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 모이넬로는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한국은 득점을 만들어내진 못했으나, 1회 시작부터 선두타자 홍창기가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에 성공하는 등 나쁘지 않은 스타트를 끊더니, 2회 타선이 대폭발했다.
2회말 선두타자 박동원이 유격수 땅볼, 나승엽이 삼진으로 물러난 가운데 문보경이 모이넬로의 3구째 커브를 받아쳐 중견수 방면에 2루타를 폭발시키며 득점권 찬스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박성한이 2B-2S에서 모이넬로의 5구째 151km 직구를 공략해 연속 안타를 터뜨린 뒤 2루 베이스까지 훔치면서 2, 3루 기회가 만들어졌고, 최원준이 유격수 방면에 내야 안타로 선취점을 뽑아냈다.
흐름을 타기 시작한 타선은 모이넬로를 박살냈다. 한국은 이어지는 1, 3루에서 최원준이 2루 도루에 성공했고, 홍창기가 다시 한번 볼넷을 얻어내며 만루 찬스를 손에 쥐었다. 이에 모이넬로는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신민재에게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고, 이어 나온 김도영이 모이넬로의 초구 150km 직구를 힘껏 잡아당겨 좌월 그랜드슬램으로 연결시키며 2회에만 무려 6점을 쓸어담았다.
모이넬로는 주자가 모두 사라진 뒤 윤동희를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매듭지었으나, 3회부터는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모이넬로의 부진에 일본 언론들도 실시간으로 반응했다. 일본 '풀카운트'는 "치우는 순간 알 수 있는 그랜드슬램이었다.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지만, 김도영이 멋지게 수정했다"며 "쿠바의 조별리그 돌파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리고 '스포니치 아넥스'는 "모이넬로에겐 악몽 같은 6실점"이라고 덧붙였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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