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고려아연, 83만→89만원·영풍정밀, 3만→3만5000원
공개매수 물량 기존 18%→최대 20% 확대
"법원 판결 따라 공개매수 끝까지 완수"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수성을 위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 가격은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높였다. 이날은 고려아연이 이달 23일 종료되는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을 늘리지 않고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맞서 경영권 사수를 위해 취득 예정 주식도 대폭 늘렸다. 기존 320만 9009주(15.5%)에서 362만 3075주(17.5%)로 정정했다.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약 17.5%다.
이날 고려아연은 장 시작 전 MBK-영풍 간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도 인상한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기존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16.6% 인상했다. 매수 예정수량은 발행주식총수의 약 25%(393만7500주)로 동일하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영풍정밀 경영권이 MBK 연합으로 넘어갈 경우 최 회장은 지분 1.85%를 잃게 된다. 반대로 영풍 측은 지분 1.85를 쥐게 돼 사실상 의결권을 3.7% 확보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최 회장 측이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상향조정을 실시한 배경이다.
이로써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수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는 3조2245억원으로 늘었고 베인캐피탈 역시 4606억원으로 조정됐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에서 최 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영풍 측이 공개매수가(영풍정밀 3만 원·고려아연 83만 원)를 더 높이지 않겠다고 공언한 시점에 훨씬 더 높은 매수가를 제시한 것이다.
앞서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가 주가가 66만원 안팎으로 오르자 지난달 26일 공개매수가를 75만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이 주당 83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 의사를 밝히자 영풍·MBK 연합은 매수가를 83만원으로 올렸다.
결국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열 양상에 대해 경고하며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하자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매수가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풍·MBK의 공개매수는 14일 종료된다. 이는 최윤범 회장 측보다 최대 9일 빠르다. 통상 공개매수 종료일이 빠를수록 유리하지만, 주주들이 최 회장의 제시가가 더 매력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판세가 역전될 수 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가 인상 결정에 대해 "금일 의결사항은 시장상황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경청하고 이사회에서 거듭된 고민과 토론 끝에 내린 결정으로 주식을 소유한 주주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주주의 평등원칙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라며 "최근 주가 급등과 공개매수 이후 주식가치 하락 등으로 영향을 받게 될 주가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고 주주가치도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취득한 주식 전량을 소각할 예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가격 조정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시행되는 것으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 M&A를 저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으로 고려아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번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고려아연 노조는 이날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국감이 열리는 대전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MBK의 공개매수를 반대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고려아연 노조는 "고려아연 노동조합과 근로자는 외국자본 투입 약탈 세력으로부터 국가기간산업이자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고 함께 할 것"이라며 "MBK가 공개매수를 강행한다면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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