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마이데일리 = 부산 강다윤 기자] 팝콘 향기를 풍기지 않는 씨네필부터 축제를 만끽하는 관광객까지. 영화인들의 축제, 부산국제영화제가 흥겨움으로 가득하다.
지난 2일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29th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 이하 부국제)가 어느덧 10일간의 여정 중 절반을 돌았다. OTT 최초 개막작 타이틀을 거머쥔 넷플릭스 '전, 란'부터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故 이선균을 추모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 그리고 장르영화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까지 각양각색 다채로운 영화들이 함께했다. 국내외 수많은 영화인과 관객들이 부산을 찾은 만큼 풍성한 즐길거리도 축제열기를 더했다.
올해 부국제에서는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포함해 총 63개국으로부터 온 278편을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메가박스 부산극장 등 총 5개 극장 26개 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피켓팅'으로 유명한 부국제이기에 영화 관람에 실패했다면 영화의전당 BIFF 야외무대로 발길을 옮기는 방법이 있다. 별도의 예매 없이도 함께할 수 있는 '야외무대인사'와 '오픈토크'가 기다리고 있다.
'야외무대인사'는 올해 초청된 작품들의 감독과 배우들이 약 20분 간 영화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이다. 지난 3일 배우 이동휘 주연의 '메소드 연기'로 시작해 5일 '우리들의 교복시절'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오픈토크'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의 감독과 배우들이 약 50분 간 자유롭고 솔직한 대화를 나눈다. 오픈토크'의 경우 오는 9일 배우 류준열이 함께하는 프랑스 영화 거장 레오스 카락스 신작 '잇츠 낫 미'가 아직 남아있다.
닉네임 사용을 부탁한 서울에서 온 '가짜시네필' 씨는 "부국제는 19년도부터 꾸준히 왔었고 20년도 빼고 올해까지 매년 왔다. 국내 개봉하지 않는 해외작품들도 보고 감독,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자주 찾는 편"이라며 "'더 킬러스' 팀 야외무대인사를 봤다. 곧 개봉한다고 하는데 김종관, 노덕, 장항준 감독이 각자의 영화를 소개해줘서 더 기대됐고 개봉하면 보러 가려고 한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다만 "예전엔 영화의 전당, 광장에서 음악공연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건 사라진 것 같아서 약간 아쉬웠다"라는 코멘트도 빼놓지 않았다.
영화의전당 입구 쪽으로 향하면 부국제를 방문한 모두가 편안하게 머물며 즐길 수 있는 '피트 그라운드(p!tt GROUND)'를 만날 수 있다. 부국제 컬처 프로젝트 '피트(p!tt)'의 다채로운 굿즈들로 나만의 부국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볼펜, 양말, 티셔츠, 에코백 등 꼭 필요한 아기자기한 생필품부터 '표는 없어요', '매진되었습니다' 등 유머러스한 배지를 구매할 수 있다. '피트(p!tt)'의 마스코트이자 극장먼지인 브레드(BREAD)도 함께다.
부국제 굿즈를 구매했다는 서울에서 온 30대 여성 A씨는 "부국제에 처음 왔는데 지난해 배지 재고를 판매하더라. 일하러 온 거라 '일하러 부국제 온사람' 배지를 샀다. 이 배지가 인기가 많은 것 같다"며 "핑크 미니 브래드도 하나 샀다. 처음엔 못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실물을 보니 다음날에도 계속 났다. 그냥 가면 후회할 것 같아 구매했다. 안경이랑 3D안경이 엄청 빨리 품절돼서 그게 아쉽다"고 말했다.
실명 사용은 부담스럽다며 손사래를 친 '샤또브리앙' 씨는 "남는 건 실용적인 것뿐이라 펜을 하나 샀다. 티켓을 보관할 수 있는 티켓홀더를 사고 싶었는데 그걸 사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피트 그라운드(p!tt GROUND)' 근처에는 관람객들이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빈백 등도 곳곳에 놓여있다.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신메뉴 선출 시, 노랑통닭 치킨존과 부산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모모스커피를 만날 수 있다. 스테이크, 핫도그, 회오리감자와 크레페 등을 판매하는 푸드트럭도 있다. 널찍한 테이블과 넉넉한 쓰레기통은 물론이다. 실제 영화의전당 광장은 굿즈를 구매하러 늘어선 줄과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관람객, 간단히 식사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와 관련 '가짜시네필' 씨는 "노랑통닭, 모모스커피, 푸드트럭 운영이 원활했다. 의자, 빈백처럼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 것 같더라. 체감상 작년보다 관객이 더 많아진 것 같아서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좋았다"라고 후기를 전했다.
역시 닉네임으로 인터뷰에 응한 '핑크블러드' 씨는 "배가 고파서 스테이크와 타코야끼를 사 먹었다. 그렇게 가격이 비싸거나 양이 적지 않아서 만족스러웠다"면서도 "결제가 QR코드랑 카드만 가능한 것 같더라. 부국제를 찾는 연령대가 다양하지 않나. 요즘은 어르신들도 카드 사용자가 많다고는 하던데 실제 이용에 불편함은 없으신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영화의전당 바로 옆 KNN빌딩에는 넷플릭스가 운영하는 '사랑방'이 취재진과 관람객을 맞이했다. 해당 빌딩 외벽에는 개막작 '전, 란'과 오픈토크와 시사 등으로 관객들을 맞이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 광고가 걸려 있어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랑방' 입구 곳곳에도 붉은색으로 'NETFLIX', 'N'이라는 글자가 자리했다. 입구 쪽에 길게 늘어선 줄은 '사랑방'의 인기를 쉽게 짐작케 했다. 넷플릭스표 인생네컷을 찍을 수 있는 이른바 '넷플네컷'을 기다리는 인파였다.
'넷플네컷'을 찍었다는 B씨는 "'사랑방'이 있는지는 몰랐다. 광고가 잘 보여서 기념으로 찍어두려다 발견해 들리게 됐다. '넷플네컷'도 평소 인생네컷을 찍는 편은 아닌데 기념으로 찍었다. 줄이 길어서 좀 기다리긴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빨리 빠졌다.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며 "사실 화면이 적나라하고 눈도 감은 것 같아 걱정했는데 인화된 사진은 아주 잘 나왔다. 기본적으로 보정이 좀 되는 것 같다. 아주 만족스럽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좀 더 안으로 들어서자 '사랑방'에 다녀간 흔적을 메시지 카드에 적어 남길 수 있는 메시지월 이벤트존이 자리했다. 메시지 카드 뒷면에 이벤트 응모 정보를 작성한 후, 메시지월에 걸면 추첨을 통해 특별한 선물을 증정했다. 그 옆에는 올해 부국제에서 만날 수 있는 넷플릭스 작품의 포스터가 나란히 걸려있었다. 아래에는 해당 작품의 미니 포스터와 넷플릭스 관련 스티커가 놓여있어 MZ 감성을 저격했다.
벽면에는 '부산에선 넷→플→릭→ 아니고 넷↘ 플↗ 릭↗스↘ 맞습니다'라는 유머러스한 글귀가 단번에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에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 기본적인 음료 외에도 '전, 란' 매실차와 '이별, 그 뒤에도(Beyond Goodbye)' 콜드브루,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Born for the Spotlight) 밀크티, '지옥 2' 흑임자 라테,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The Remarkable Life of Ibelin)' 허니레몬티 등 스페셜 음료가 있어 즐거움을 더했다. 해당 음료는 '사랑방' 운영 기간에만 판매된다.
한편 올해 29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열흘간 개최된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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