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어! 여기가 아닌가 봐' 151km 사구, 정신없이 3루로 뛴 박동원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타자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타자는 악! 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중심을 잃었고 곧장 옆구리를 움켜쥔 채 베이스로 뛰어갔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타자가 달려간 곳은 1루 베이스가 아닌 3루 베이스였다. 어떤 상황이었을까.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일어난 일이다.
3회까지 무실점으로 막던 두산 선발투수 김유성이 4회말 LG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속 타자 오스틴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문보경은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박정배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조언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곧바로 오지환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고 문성주에게도 추가 적시타를 허용했다. 다행히 2루 주자 문보경을 홈 보살로 잡으며 한 템포 쉬어가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박동원을 상대로 던진 초구 151km 패스트볼이 타자의 왼쪽 옆구리를 강타했다. 잠실구장에 박동원의 비명이 울려 퍼질 정도로 강한 투구였고 박동원은 옆구리를 움켜쥐고 중심을 잃으며 쓰러졌다. 주심과 투수 김유성, 포수 양의지 모두 당황할 정도로 충격이 심해 보였고 경기장의 모든 사람은 박동원을 걱정했다. 다행히 박동원이 아픔을 참으며 빠르게 베이스로 향해 뛰었다. 그런데 문제는 1루가 아닌 3루였다. 너무 아픈 나머지 순간 방향을 착각한 모습이었다. 3루로 뛴 박동원은 잠시 뒤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마운드 옆을 지나 1루로 갔다.
투구에 맞은 박동원이 특별한 항의 없이 1루로 나갔지만 가까이에서 지켜본 양의지는 누구 보다도 박동원의 부상이 걱정됐다. 양의지는 4회말을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기 전 박동원의 사구 부위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양의지는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로 박동원의 옆구리를 만지며 걱정했고 사과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LG가 1선발 요니 치리노스의 역투를 앞세워 4-0으로 승리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20승(17패) 경력을 가진 치리노스는 6회까지 삼진 8개를 빼앗으며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3승째를 따냈다. 특히 4회초 2사까지 11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가며 이름값을 했다.
박명근(⅓이닝 무실점), 김진성(1이닝 무실점), 이지강(⅔이닝 무실점), 장현식(1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진 강력한 불펜진으로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사구에 맞은 박동원이 3루로 뛰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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