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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메이저리그 구단이 곧바로 조사를 할 것"
한신 타이거즈 사이키 히로토는 지난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도쿄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LA 다저스와 평가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83구, 1피안타 7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95마일(약 152.9km).
그야말로 '세계최강' 다저스 타선을 압도한 투구였다. 당시 사이키는 1회 선두타자 오타니 쇼헤이에게 0B-2S에서 연달아 포크볼을 세 개를 던져 삼진을 뽑아내며 경기를 시작했다. 지난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열린 평가전에서 오타니에게 홈런을 허용했던 구종으로 삼진을 솎아냈던 것이었다.
사이키는 오타니를 돌려세운 뒤 다저스 타선을 깔끔하게 요리했고, 2회에는 윌 스미스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순항을 이어갔다. 이어 3회에도 다시 만난 오타니를 상대로 '힘대힘' 승부를 펼쳐 뜬공을 유도하는 등 다저스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하더니, 4회에도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는 탄탄한 투구를 거듭했다.
사이키는 5회 선두타자 맥스 먼시에게 첫 안타를 내주면서 '노히트' 행진에 마침표를 찍게 됐으나, 후속타자 스미스를 병살타로 묶어냈고, 이어나온 마이클 콘포토까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곳곳에서 찬사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임팩트 있는 투구를 펼쳤던 것이었다.
특히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사이키는 메이저리그 수준의 재능을 갖췄다. 스플리터도 좋고, 제구도 좋았다"고 극찬을 쏟아냈고, 미국 '디 애슬레틱'의 파비안 아르다야는 "사이키는 오늘 엄청나게 인상적이었고, 타이거즈는 이런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팀을 상대로 실점하지 않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최근 일본 스포츠 잡지사 '넘버'가 다저스 소식을 주로 전하는 '다저스 네이션'의 더그 맥케인과 인터뷰의 시간을 가졌다. '넘버'는 맥케인 기자에게 수많은 질문을 건넸는데, 그 중에서는 사이키에 대한 내용도 포함이 돼 있었고, 맥케인은 사이키가 멀지 않은 미래에 메이저리그 구단과 충분히 대형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넘버'와 인터뷰에서 맥케인은 '한신과 요미우리 선수 중에서 누가 인상깊었나'라는 물음에 "대단한 선수가 한 명 있었다. 한신의 선발이었던 사이키는 충격적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지난해 평균자책점이 1점대였다. 대단한 투수를 발견해서 행복한 기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맥케인은 "사이키는 제구력과 머리가 좋다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어 오타니와 첫 대결에서 초구, 2구 모두 바깥쪽에 아슬아슬한 패스트볼을 던진 뒤 3구 연속 집요하게 포크볼을 던져 삼진을 잡았다. 오타니가 싫어하는 투구 기술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공이 안으로 들어가면 홈런을 맞는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정구는 스트라이크존에서 승부하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면 사이키는 세계 최고의 타자를 시종일관 압도했다"고 극찬했다.
지난 2016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한신의 지명을 받은 사이키는 데뷔 4년차였던 지난 2022년부터 본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2023년 19경기에서 8승 5패 평균자책점 1.82를 마크, 지난해 25경기(4완투, 3완봉)에 나서 13승 3패 평균자책점 1.83을 기록하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승선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고 157km까지 빠른 볼을 뿌릴 수 있는 사이키는 올해로 벌써 7년차에 접어든다. 따라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뜻이 있고, 구단이 허락해 준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빅리그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맥케인은 "사이키는 아직 26살이지만, 대형 계약을 따내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은 선수"라며 "지금 메이저리그 구단에 급속도로 이름이 퍼지고 있다. 사이키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곧바로 조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 한 번의 투구이지만, 오타니를 비롯해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는 다저스 타선을 압도한 것은 분명 인상적이었던 모양새. 올 시즌이 끝난 뒤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가 빅리그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인 가운데, 다음 주자는 사이키가 될지도 모른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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