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법원, 집중투표제만 효력 인정…분쟁 장기화 전망
의결권 살아난 영풍…3월 주총서 경영권 확보 가세
영풍, 고려아연 순환출자 고리 무력화…신설 유한회사에 현물출자
고려아연 "주주 동의 없이 주식 불법 매도…명백한 위법행위"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법원이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신청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대부분 인용했다. 상호주 제한을 써서 임시 주총 전날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상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다. 다만 법원이 집중투표제 효력은 인정하면서 주총 표 대결을 통한 양측의 수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7일 영풍 연합이 제기한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7일 일부 인용했다. 앞서 영풍·MBK 연합은 최 회장 측이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제도를 활용해 영풍의 의결권 25.42%를 제한한 건 위법하기 때문에 주총 효력이 정지돼야 한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임시주총에서 최 회장 등 현 경영진이 결의한 이사 수 상한, 액면분할,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등 안건은 효력이 정지된다. 고려아연의 이사 수 상한을 19명 이하로 정하고, 신규 사외이사 7명을 선임한 주총 안건 효력도 정지됐다. 다만 집중투표제 도입은 주주 70%가량의 동의를 받아 통과한 만큼 효력을 유지한다.
이번 재판에서 핵심은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에서 상법상 상호주 제한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 전날인 1월22일 영풍 지분 10.3%를 호주에 있는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넘겨 역외 순환 출자고리를 만들었다. MBK·영풍→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H)→SMC→영풍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고려아연은 주식회사인 SMH 주식 100%를 소유하고 SMH는 SMC 호주 소재 주식회사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현행 상법 제369조 3항에 따르면 회사와 모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풍-MBK는 SMC가 외국 회사이며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상법상 상호주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최 회장 측은 SMC가 유한회사가 아니라 주식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SMC가 호주 회사법상 유한회사로 분류돼 주식회사 간 순환 출자한 기업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정에 해당할 수 없다며 영풍·MBK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고려아연이 '상호주 제한'을 써서 임시 주총 전날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고려아연 측이 추진하는 집중투표제 안건은 효력이 유지되는 게 맞다고 판단해 이사회 장악과 수성을 놓고 양측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집중투표제가 다음 주총부터 도입될 예정이라, 당장 MBK 측의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 장악은 어렵게 됐다. 최 회장 측도 이달 말 주총에서 경영권이 넘어가는 일은 막았지만 법원이 영풍 측 지분 의결권을 제한한 상호주 제한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집중투표제 하에서 MBK 측과 주요 의사 결정에 대해 표 대결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법원 판결 직후 영풍·MBK 연합은 이날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전량을 신설 유한회사에 현물 출자했다. 영풍은 유한회사 와이피씨를 신규 설립하고 보유 중인 고려아연 526만 2450주(25.4%)를 현물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최 회장 측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다.
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최 회장은 이번 순환출자 구조와 유사한 구조를 통해 영풍의 의결권을 박탈하려는 시도를 지속해서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불법적으로 만든 순환출자 구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고려아연의 지배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회장 측의 부당한 의결권 제한 시도를 근원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고려아연의 경영 안정을 도모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고려아연 주주 가치도 제고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측은 주주총회 결의도 없이 회사의 핵심 자산을 넘긴 영풍의 현물 출자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반발했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통해 "영풍이 총 자산의 70.52%, 자기 자본 대비 91.68%에 달하는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 전부를 주주총회 의결도 없이 현물 출자한 행위는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날 영풍이 특수목적법인(SPC)에 고려아연 지분 전량을 매도한 것에 대한 주장이다. 매도 물량은 총 526만2450주, 3조 9265억원 가량으로 영풍의 총 자산(5조5681억)의 70.52%에 달하는 규모다.
고려아연은 "현행법상 중요 자산을 양도하기 위해서는 주총 특별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게 법조계 해석으로 이사회 결의 만으로 이를 감행하면서 영풍 주주들이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법에 따르면 회사가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 행위를 하는 것은 주주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 결의 사항"이라며 "이를 실행한 영풍 이사회와 경영진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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