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국발 과잉 공급·내수 부진·트럼프 리스크 '삼중고'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 45년 만에 폐쇄 결정
'적자 전환' 현대제철, 반덤핑 제소…열연강판까지
국내 철강업계, 고부가가치 제품에 역량 집중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중국발 공급 과잉과 해외 저가 철강제 공세가 국내 철강업계를 덮쳤다. 중국발 저가 철강 밀어내기 여파에 철강업계는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기반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2기 출범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는 결국 공장 가동률과 저수익 자산을 정리하는 등 효율적 경영 돌입에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 주요 3사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모두 올 3분기 실적 영업이익에서 전년과 비교해 크게 하락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중국이 자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내수 수요가 줄자 과잉 생산된 후판을 저가에 해외 수출하고 있는 탓에 국내 철강업계의 위기는 당장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포스코그룹은 철강 부문에서 3분기 실적이 매출 9조4790억원, 영업이익은 438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2.0%, 39.8%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5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5조6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 감소했다.
공장 가동률도 크게 떨어졌다. 3분기 기준(조강)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6%포인트, 4.3%포인트 낮아졌다. 동국제강도 봉강형이 9.5%포인트, 후판이 2.9%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불황을 견디지 못한 국내 철강 업체들이 결국 잇달아 일부 공장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포스코는 전날(19일) 1979년 2월28일부터 가동을 시작한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포항 1제강공장에 이은 올해 두 번째 셧다운이다.
업황 불황에 노후화된 설비의 경쟁력 및 수요 감소의 영향을 감안해 품질과 관계없는 가격 중심 저가재 시장향(向) 공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1선재공장 효율화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그간 누적 생산된 2800만t의 선재 제품은 못, 나사, 타이어코드, 비드, 자동차 고강도 타이어 보강재 등에 활용되며 국민의 일상생활을 함께 했다. 포스코는 1선재에서 생산하던 고강도 타이어코드, 선박 및 자동차용 용접봉 등 강재를 포항 2~4선재공장에서 전환 생산할 계획이며, 1선재 전 직원은 11월 말까지 공장 정리 후, 부내 또는 타 부서로 재배치할 방침이다.
포스코의 선재 제품은 일상 필수품이었지만 중국을 필두로 해외에서 생산된 저가 제품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장기간의 공급 과잉을 감당해내지 못한 것이다.
국내 철강 업계 맏형 격인 포스코 외에 현대제철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공장 가동률이 10~2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경북 포항2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중국 베이징 법인인 현대 스틸 베이징 프로세스 자산과 부채를 7월 모두 처분했다. 압연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기대에 못 미쳐 글로벌 철강 경기 자체가 가라앉은 데다, 국내 건설 경기도 얼어붙는 등 내수 수요까지 하락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업황 부진은 4분기에 이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임박하면서 '트럼프 리스크'까지 견뎌야 하는 철강업계엔 부담이다.
철강 수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발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와 1기 트럼프 정책을 종합해 보면 미국 수출 장벽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1기에 시행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미국 수입 철강 제품에 10~20%의 보편관세가 부과되거나 쿼터제 축소로 미국 수출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보편관세와 쿼터제 축소가 모두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7월 말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했다. 중국에서 과잉 생산된 철강이 내수에서 소비되지 못하자 남은 재고 물량을 수출해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로 밀려들어오는 데 따른 것이다. 현대제철은 후판에 이어 열연강판 등에 대해서도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내 철강 업체들은 저수익 사업 및 비핵심 자산 구조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중국 충칭, 베이징 법인과 자산을 모두 매각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제강·압연 공정을 진행하는 포항 2공장 폐쇄를 결정했지만 노조가 이를 반대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포스코그룹도 지난해 1800억원 적자를 낸 중국 스테인리스강 생산 법인 장자강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내수 저가재 시장은 이미 해외 저가 수입재 중심 시장으로 재편돼 해당 설비 조정으로 인한 시장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봤다. 포스코는 "앞으로 저가재 가격 중심의 경쟁 시장 비중을 축소하고 자동차용 CHQ(고강도 볼트), 스프링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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