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투표 결과 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충족 못해 무산
업계에선 노조 세력유지·기업 노동비용 증가 등 우려
기아 노조도 촉탁직 근로자 대상 노조 재가입 방안 추진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정년퇴직 후 촉탁 계약직으로 재고용된 직원에게도 노동조합원 자격을 주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1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지난 14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숙련 재고용 직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현대차 지부 규정 개정 안건' 투표를 진행했다.
그러나 투표 결과 가결 조건인 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대의원 총 466명 중 269명이 참여했으며 이중 32명 찬성표를, 237명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반대표 비율은 88.1%로, 이는 약 90%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부터 기술·정비직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에 한해 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는 숙련 재고용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단체협약을 통해 최대 2년을 일할 수 있도록 노사가 합의했다.
숙련 재고용 직원들은 정년퇴직과 함께 조합원 자격을 잃는다. 이번 안건은 정년퇴직 후 재고용된 촉탁직 근로자들에게도 임원 투표권, 단체교섭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권, 쟁의 행위(파업) 찬반 투표권 등의 내용을 담았다. 만약 안건이 통과됐다면 이들은 선출직 출마 등 피선거권은 제한되지만 투표권은 얻게 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촉탁직 근로자들의 노조 재가입이 노조 '세력 유지'를 위해 추진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노조가 세력 유지에 급급하다보면 노조 지부장 선거 등에서 촉탁직 표에 기대기 위해 촉탁직 임금 인상과 복지 수준 확대 요구를 사측에 무분별하게 건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노조 지부장 선거는 지지율 3~4%포인트 차이로 결정되기에 촉탁직 노조원 비율을 늘려 세력 유지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또 촉탁직 근로자 노조가 자칫 기업 노동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촉탁직의 연봉은 8000만원 가량으로 신입 정규직 수준이다. 노조를 통해 촉탁직 대우가 재직자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사실상 호봉제가 유지되는 정년 연장과 다를 게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노조 안팎에선 회사의 인건비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촉탁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챙기느라 후배들 몫까지 전부 촉탁직 근로자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촉탁직 처우 문제는 내년부터 베이비붐 세대 정년퇴직이 본격화됨에 따라 제조업 현장의 중요한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에선 매년 각각 2500명, 1300명 정도의 촉탁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기아도 2019년부터 현대차와 동일하게 숙련 재고용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기아 노조도 촉탁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 신청서를 받고 있으며, 촉탁직 근로자들의 노조 가입 희망 여부를 확인한 후 내년 초 정식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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