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엎친 데 덮친 포스코…내수 불황 여파에 파업 리스크까지
내수부진 직격타 현대제철…포항 2공장 폐쇄키로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포스코가 1968년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를 맞고 있다. 노사가 임금 단체 협상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난항을 겪으면서다. 중국발 과잉 공급과 저가 공세, 내수 부진에 노사 갈등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내 철강 업계들의 고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4일 포스코 등에 따르면 포스코의 대표 교섭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12일부터 이틀간 임금협상과 관련해 실무진 교섭을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사는 14일에도 실무진 교섭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포스코노조는 최종 교섭에서 회사 측의 추가 제시안이 없을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밟고, 조정에 실패하면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만약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창사 이래 55년 만 역사상 첫 파업이 된다.
앞서 노사는 6월 말 상견례 이후 총 11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7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노조는 기본임금 8.3% 인상, 격려금 300%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기본급 8만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 등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올해만 4건의 화재가 발생하는 등 안전관리 부실도 도마에 올랐다. 매년 크고 작은 사고로 생산시설이 멈추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안전 관리 체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 10일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에서 발생한 폭발과 화재 사고가 발생해 5시간만에 진화됐다. 화재가 발생한 3파이넥스 공장은 포항제철소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곳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포항제철소 2고로 주변 전선에서 불이 나 정전이 발생하면서 2~4고로 가동이 한동안 중단됐다. 2022년 9월 초 태풍 힌남노로 공장이 침수돼 49년 만에 용광로 3기 가동이 멈춘 지 1년이 지나 다시 고로 가동이 중단됐다. 이외에도 1월 쇳물을 생산하는 선강지역 통신선, 2월에는 석탄 운반 시설과 원료 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서 불이 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냉입사고로 인해 4고로가 멈춰서는 등의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국내 철강 업계 맏형 격인 포스코 외에 현대제철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12일 상견례 이후 총 12차례 교섭했으나 임단협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달 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 결과 90% 이상의 노조원이 찬성에 표를 던지며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차량 지원금 할인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제철 사측은 지금까지 노조의 요구 내용을 검토했고 지난 12일 진행한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수급 조절을 위해 포항 2공장 폐쇄 추진을 결정했다. 경기 침체로 가동률이 떨어진 탓에 생산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폐쇄 예정 공장은 제강과 압연 공장 관련 시설이다. 제강 라인과 압연라인의 생산량은 각각 100만t, 70만t으로 현대제철 전체 생산량의 약 3% 수준이다.
철강 업계의 위기는 올해 상반기 3분기 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실제 포스코의 올해 3분기 매출은 9조4790억원, 영업이익은 438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2.0%, 39.8%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51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7.4% 감소했다.
이번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의 공세가 꼽힌다. 중국 철강 업체들이 자국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내부 철강 수요가 줄어들자 해외에 후판 등 철강 제품을 저가로 수출하면서 국내 철강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순수출은 약 341억달러에 달해 전고점인 2014년 343억달러에 근접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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