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가을야구에 갔는데 떨고 있니.
통상적으로 KBO리그 감독의 한 시즌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은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다. 쉽게 말해 정규시즌 4~5위 감독과 6위 감독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승률, 승차가 거의 없어도 그렇다.
다시 말해 정규시즌 4~5위 감독에게 ‘최고의 명장’이란 말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실패한 감독이라고 칭하지도 않는다. 시즌 전 객관적 전력구성이 중위권이란 평가를 받으면, 그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린 감독은 살아남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감독교체는 항상 일반적으로, 예상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선동열 전 감독은 2010년 삼성 라이온즈를 예상 외로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끌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서 4패로 탈락하자 짐을 쌌다. 5년 재계약의 첫 시즌이라서 더욱 충격이었다.
이밖에 김진욱 전 감독은 2013년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이어 마무리훈련까지 이끈 뒤 11월 말에 갑자기 경질됐다. 삼성을 3승1패, 코너까지 몰아넣고 3승4패로 역전패한 게 치명타였다. 2019년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장정석 전 감독의 경우 계약기간이 만료돼 결별했다. 의외의 결정이었다. 이처럼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의 퇴단은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런데 최근엔 또 약간 다른 양상이 읽힌다. 꼭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이 아니더라도, 포스트시즌 전적 혹은 경기력이 매끄럽지 않다는 평가를 받은 팀의 사령탑이 경질 혹은 결별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최근 2년 연속 그랬다.
2022년, LG 트윈스를 이끌던 류지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끝내 재계약에 실패했다. 당시 정규시즌서 87승55패2무로 역대급 2위를 차지했다. 내부적으로도, 업계에서도 LG는 우승후보였다. 그러나 당시 LG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서 1승3패로 패퇴했다. 객관적 전력상 키움에 앞섰지만 업셋을 당했다. 이것이 류지현 해설위원의 재계약 불발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작년에는 SSG 랜더스를 이끌던 김원형 전 감독이 경질됐다.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나갔다. 그러나 NC 다이노스에 3패로 업셋을 당하자 교체됐다. 2022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하고 3년 22억원에 재계약했다. 결국 1년만에 지휘봉을 빼앗겼다.
올해 가을야구에 나간 5명의 감독은 안전할까. 일단 가을야구에 진출했으나 가장 먼저 시즌을 마친 구단이 지난 3일 두산 베어스로 결정됐다. 이승엽 감독은 두산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렸다. 그러나 2년간 와일드카드결정전서 3전 3패. 올해는 역대 최초 와일드카드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이승엽 감독과 두산의 계약은 내년까지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2019년부터 6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KT를 정규시즌 2위로 이끈 2023시즌 직후, 포스트시즌이 열리기 전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 24억원 연장계약이 체결됐다. 현 시점에선 KT가 언제 가을야구를 마쳐도 이강철 감독의 입지에 타격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2023년 LG의 통합우승 한을 풀게 한 염경엽 감독, 삼성 라이온즈를 3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린 박진만 감독도 내년까지 계약됐다. 염경엽 감독은 작년의 공이 확실히 있다. 박진만 감독은 하위권 평가를 받던 팀을 정규시즌 2위로 이끌었다. 두 감독 역시 올 가을야구의 성적이 입지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2005년 선동열 전 감독, 2011년 류중일 전 삼성 감독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데뷔 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내년까지 2년 계약. 데뷔 첫 시즌에 7년만의 통합우승을 완성할 찬스를 잡았다. 내부적으로, 업계에서 평가가 좋은 편이다. 올해 통합우승에 성공하면 탄탄대로를 달릴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보면 올해는 지난 2년과 달리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고도 지휘봉을 놓는 감독은 없을 것으로 보이긴 한다. 물론, 전망은 전망일 뿐이고 언제 어느 팀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지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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