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내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
두산 베어스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차전 맞대결에서 0-1로 패하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두산은 정규시즌에서 지난해와 같은 성적을 손에 넣었으나, 워낙 중위권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지난해보다는 한단계 높은 4위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1승의 어드벤티지를 안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전날(2일) 경기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믿었던 '토종에이스' 곽빈이 1회부터 무려 4점을 헌납하며 무너지더니, 타선은 KT 마운드 공략해 실패하며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하고 0-4로 완패했다. '쇄골 부상' 양의지가 빠진 가운데 김재환, 양석환이 모든 맥을 끊어먹었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곽빈과 1차전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던 조던 발라조빅까지 모든 투수들을 투입해서라도 2차전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두산의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선발 최승용이 4⅔이닝 동안 투구수 67구,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탄탄한 투구를 펼치며 대등한 경기를 만들어냈으나, 이번에도 타선이 문제였다.
두산은 올해 벤자민을 상대로 3경기 맞붙어 평균자책점 8.18을 안겨줄 정도로 엄청나게 강했다. 그러나 이번엔 아니었다. 두산 타선은 벤자민이 7이닝을 던지는 동안 3개의 안타 밖에 뽑아내지 못하고 허덕였다. 이에 6회초 1실점을 제외하면 두산 마운드도 최소 실점으로 KT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벤자민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8~9회 고영표와 박영현을 상대로도 이렇다 할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그 결과 2015년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상 최초로 4위팀이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2패로 시즌을 시즌을 마감한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고, 조금 우울하다. 아무래도 야구는 홈플레이트를 누가 많이 밟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데, 두 경기에서 점수를 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지난 두 경기를 돌아봤다.
두산 투수들은 이틀 내내 정말 좋은 투구를 펼쳤다면, 타선의 침묵은 너무나도 심각했다. 이승엽 감독은 "잘 치고 잘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빅게임에서는 얼마나 뒷 타자에 연결을 해주고, 실수하지 않는지, 찬스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두 경기에서는 삼진이 많은 등 디테일한 야구가 되지 않았다. 홈에서 객사를 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 우리팀의 경우 베테랑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정규시즌에서는 장타력으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단기전에서는 장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힘든 경기를 치렀다"고 했다.
이어 "내년을 위해서는 조금 더 공격적이고 디테일한 야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맞는 야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재호, (김)재환이, (정)수빈이, (허)경민이 등 베테랑 선수 위주이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경쟁이 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은 올라오지 않고, 베테랑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면서 백업들과의 실력 차이가 벌어졌다"며 "이 격차를 어떻게 줄이느냐에 따라서 강팀이 될 수도 있고, 이대로 흘러갈 수도 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이승엽 감독이 방송사들과 인터뷰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잠실구장을 떠나지 않고 있던 팬들은 이승엽 감독을 향해 야유를 쏟아냈다. 그리고 구장 밖에서는 "이승엽 나가!"를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급기야 삼성 라이온즈의 대표적인 응원가인 '엘도라도'를 부르기도 했다.
사령탑은 '팬들에게 한마디를 해달라'는 말에 "너무 죄송스럽다. 선수들과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이지만, 야구장에 나가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선수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고, 이기려는 모습을 보면서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많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 팬 여러분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우리 선수들은 2월 1일부터 10월 3일까지 정말 열심히 해줬다. 너무 고생이 많았고, 응원해 준 팬들께도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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