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롯데에서 부산에서 오래오래"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는 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시즌 최종전 원정 맞대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2타점을 바탕으로 10년 묵은 역사를 갈아치웠다.
롯데는 지난 몇 년 동안 외국인 타자에 대한 고민이 컸다. 딕슨 마차도가 팀을 떠난 이후 롯데 유니폼을 입는 선수 마다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다. 그 중에서 잭 렉스의 경우 대체 선수로 KBO리그 입성했을 때만 하더라도 '복덩이' 같은 활약을 펼쳤지만, 이듬해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도 못하고 짐을 쌌다. 특히 DJ 피터스, 니코 구드럼과의 동행은 악몽 그 자체였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외국인 타자는 반드시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타자의 경우 언제든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한 방' 능력을 갖춘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일반적. 롯데 또한 '거포'를 원했는데, 새롭게 영입한 레이예스는 홈런 타자와는 조금 거리가 먼 선수였다. 메이저리그에서 5시즌 동안 친 홈런은 16개에 불과했고, 마이너리그에서도 10시즌 동안 46개의 아치 밖에 그리지 못했다.
하지만 레이예스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있었으니, 바로 정교한 컨택 능력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10시즌 동안 통산 타율이 0.298로 매우 좋았고, 메이저리그에서도 2019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서 69경기에 출전해 84안타 타율 0.304의 성적을 남겼다. 롯데는 레이예스가 뛰어난 정교함을 바탕으로 많은 2루타를 생산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활약은 롯데의 예상을 웃돌았다.
레이예스는 전반기에만 전경기(80경기)에 출전해 109안타 7홈런 69타점 43득점 타율 0.346 OPS 0.884의 성적을 남겼다. 당시 레이예스는 타율 리그 7위(0.346), 최다안타 공동 3위(109안타), 2루타 3위(23개), 타점 4위(69타점)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후반기가 시작된 후에도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면서 KBO리그에서 단 한 명 서건창(現 KIA 타이거즈) 밖에 달성하지 못했던 200안타를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에 김태형 감독 또한 레이예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안겼다.
사령탑은 롯데가 포스트시즌과 거리가 멀어진 지난달 22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타순을 4번에서 2번으로 조정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타석에서 안타를 칠 기회를 제공한 셈. 이를 바탕으로 레이예스는 이종범(196안타)를 시작으로 2019년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197안타)에 이어 2020년 페르난데스(199안타)까지 넘어섰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에서 마침내 200안타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서건창 이후 KBO 역대 두 번째이자, 외국인 선수 최다 안타 기록을 작성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정규시즌 종료까지 1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은 레이예스를 1번으로 배치한 결과 새로운 역사가 탄생했다. 1일 창원 NC전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던 레이예스는 5회초 2사 2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이재학의 초구 142km 직구를 공략해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뽑아내면서 마침내 서건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성공했다. 이때 2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만들어진 타점은 덤이었다.
타순이 잘 돈다면 두 번 정도는 타석에 더 들어설 것으로 보였던 레이예스는 네 번째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나게 됐고, 롯데의 공격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더 이상의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는 듯했는데, 9회 고승민이 투런홈런을 폭발시키면서 마지막 기회가 마련됐다. 그리고 레이예스는 이어지는 1사 2루에서 NC 김재열이 던진 2구째 포크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타구가 워낙 빨랐고, NC의 중계플레이 또한 깔끔하게 진행되면서 레이예스는 2루 베이스를 미처 밟지 못하고 아웃됐지만, 202번째 안타가 탄생하면서 KBO리그 역사가 새롭게 쓰여졌다. 아웃이 됐지만 레이예스는 대기록에 활짝 웃었고, 롯데 선수단 또한 더그아웃에서 함성을 쏟아내며 레이예스가 쓴 새역사의 기쁨을 함께 만끽했다.
200번째 안타를 친 뒤 반드시 202안타로 최다 안타 기록을 갈아치우겠다는 뜻을 드러냈던 레이예스는 1일 경기가 끝난 뒤 "오늘 정말 잊을 수 없는 하루"라며 활짝 웃었다. 이어 "오늘 기록을 위해 모든 팀원들이 한 타석이라도 더 만들어 주려고 하는 모습이 기억나는데, 너무나 감사하다"며 "KBO리그 최다 안타 기록은 모든 팀원이 배려에서 나온 것 같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최초 업적 달성의 공을 선수단에게 돌렸다.
시즌 초반 롯데가 최하위권에서 힘겨운 싸움을 할 때에도 유일하게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레이예스. 이제는 롯데를 넘어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남게 됐다. 그는 "올 시즌을 돌아보면 초반에 팀 성적이 떨어져서 최대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집중했던 것 같다"며 "그래도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0, 201안타와 두산 전 끝내기 그랜드슬램이 생각난다. 올 시즌 아프지 않고 건강한 시즌을 보낼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외국인 타자를 만났지만, 김태형 감독에게도 레이예스는 역대 최고의 선수다. 사령탑은 지난 8월 인터뷰에서 "레이예스에게서 가장 아쉬운 건 장타다. 대신 레이예스는 타율이 좋다. 지금 용병들 중에서는 최고로 잘해주고 있지 않나. 200안타도 칠 수 있을 것 같다. 최고다. 어느 감독이건 '레이예스 쓸래?'라고 묻는다면, 모두가 쓴다고 할 것"이라고 극찬을 쏟아냈는데, 최근에도 2025시즌 동행 "이미 말을 놓으라고 했다"며 활짝 웃었다. 레이예스 또한 롯데와 동행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레이예스는 "커리어 통산 이런 열정적인 응원은 정말 처음이다. 이런 팬들과 같이 야구를 할 수 있다는 부분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팬들과 함께 롯데에서 부산에서 오래오래 야구를 하고 싶다.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몸을 또 제대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마지막까지 응원을 보내주신 팬들과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신 직원들, 보조 친구들 모든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말씀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력과 인성까지 모두 갖춘 레이예스.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라는 수식어에 이의를 가질 사람이 몇이나 될까. 롯데와 레이예스 모두 동행을 원하는 가운데, 2025시즌 롯데의 외국인 타자 고민은 없을 전망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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