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미쳤다는 분위기, 한국에서도 느끼고 싶다"
삼성 라이온즈 레이윈 디아즈는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6차전 최종전 원정 맞대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올해 삼성은 외국인 타자로 인해 최근까지 골머리를 앓았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 방' 능력을 갖춘 데이비드 맥키넌을 영입했으나,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 72경기에서 4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친 결과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루벤 카데나스를 영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장타율이 돋보일 정도로 파워 만큼은 확실한 선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성적이 아닌 다른 것이 문제였다. 카데나스는 KBO리그 데뷔 두 번째 경기에서 롯데를 상대로 첫 번째 아치를 그리더니, 이틀 연속 대포를 쏘아 올리는 등 7경기에서 8안타 2홈런 5타점 타율 0.333 OPS 1.027을 기록 중이었다. 표본이 많지 않지만, 7경기에서의 임팩트는 엄청났다. 하지만 이들의 동행은 단 7경기에 멈췄다. 경기를 치르던 중 허리에 통증을 느낀 까닭.
이에 병원 검진을 진행했지만,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데나스가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하는 등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자, 삼성이 다시 한번 칼을 빼들었다. KBO 규약에 다르면 8월 15일까지 입단한 선수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데, 이 데드라인을 불과 며칠 남겨둔 상황이었다. 카데나스와 공식적인 결별을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삼성은 물밑에서 움직이며 레이윈 디아즈와 접촉했다. 그리고 재빠르게 비자 발급 절차를 밟은 결과 데드라인을 하루 앞두고 영입 절차를 완료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3시즌 동안 113경기에서 13홈런을 터뜨리는데 그쳤으나, 마이너리그에서는 732경기에서 무려 119개의 아치를 그렸고, 올해 멕시코리그에서 75경기에 출전해 19개의 홈런을 터뜨린 디아즈의 한 방 능력은 확실했다. 지난달 17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디아즈는 첫 경기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리는 등 8월 한 달 동안 11경기에 출전해 11안타 4홈런 9타점 타율 0.282 OPS 0.948로 펄펄 날아올랐다. 9월 일정이 시작된 이후 타격 페이스가 조금 주춤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날 방망이가 다시 깨어났다.
디아즈는 0-1로 뒤진 2회초 무사 1루의 첫 번째 타석에서는 롯데 선발 김진욱과 6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144km 직구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두 번째 타석에서는 138km 직구를 공략해 우익수 앞에 안타를 터뜨리더니, 5회 해결사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2-1로 역전에 성공한 5회초 무사 1, 2루에서 롯데의 바뀐 투수 나균안의 초구 128km 포크볼이 떨어지지 않고,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걸리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디아즈가 친 타구는 165.4km의 속도로 뻗어나갔지만, 발사각도가 37.8도로 매우 높았다. 이로 인해 타구가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긴 시간을 비행한 끝에 우중간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시즌 5호 홈런. 이 홈런으로 삼성은 5회에만 5점을 뽑아내는 빅이닝을 만들어냈고, 7회초 공격에서 두 점을 보태는 등 7-2로 승리하며 3연승을 질주, 본격 2위 굳히기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디아즈는 "이기는 경기를 하면 항상 기분이 좋다. 오늘도 잘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솔직히 요 며칠 타석에서 타이밍이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그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타석에서 타이밍이 돌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홈런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나균안의 포크볼을 노리고 들어섰던 것일까. 그는 "특정 구종을 노리진 않았다. 최대한 외야로 뜬공 타구를 쳐서 타점이라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처음에 공이 맞았을 때는 플라이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루로 뛰어가는 과정에서 외야수들의 움직임을 보니 '(넘어) 가겠는데' 싶더라. 외야수들의 모습을 보고 알았다"며 홈런을 친 후 타구를 지켜보는 모습에 대한 물음에 "일부러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잘 쳤을 때 그 순간 팬분들이 들려주시는 함성을 즐기고 싶을 땐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올해 외국인 선수들로 인해 고민이 컸던 삼성. 하지만 디아즈가 합류한 뒤 이 고민은 완전히 해소됐다. 삼성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주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삼성 팬들은 디아즈를 '복덩이'로 부른다. 그는 "내 목표는 팀이 2등을 하고, 플레이오프에 가는 것보다 삼성에서 뛰는 동안은 최대한 열심히 해서 팀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며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두 번 정도 챔피언십시리즈를 뛰어봤다. 그때 느꼈던 분위기와 모든 것이 '미쳤다'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도 그걸 느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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