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아쉬운 판정 속에서 '사직예수' 애런 윌커슨이 집중타를 맞으며 승기를 내주는 듯했지만, 분위기를 탄 롯데 자이언츠의 타선은 매서웠다. 7회에만 무려 6점을 쓸어담으며 7위 자리를 탈환했다.
롯데는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팀 간 시즌 14차전 홈 맞대결에서 7-5로 승리하며 7위 자리를 되찾았다.
▲ 선발 라인업
KT : 멜 로하스 주니어(우익수)-김민혁(좌익수)-장성우(포수)-황재균(3루수)-문상철(1루수)-강백호(지명타자)-김상수(2루수)-배정대(중견수)-심우준(유격수), 선발 투수 웨스 벤자민.
롯데 : 윤동희(중견수)-고승민(2루수)-손호영(3루수)-빅터 레이예스(우익수)-전준우(좌익수)-정훈(지명타자)-나승엽(1루수)-박승욱(유격수)-손성빈(포수), 선발 투수 애런 윌커슨.
최근 4연승을 질주하던 중 전날(3일) 삼성 라이온즈에게 일격을 당하며 좋은 분위기가 한 풀 꺾인 롯데와 경기가 없는 사이 4위 두산 베어스와 간격이 0.5경기까지 좁혀진 KT가 만났다. 양 팀 모두 갈 길이 바쁜 가운데, 이날 경기의 초반 흐름은 어느 한 쪽으로 무게의 추가 기울어지지 않는 완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경기 중반부터 치열한 난타전이 시작됐고, 7회말 롯데가 6점을 쓸어담으며 역전승을 거뒀다.
먼저 투구에 나선 롯데 선발 애런 윌커슨은 1회 선두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김민혁을 146km 직구, 장성우를 145km 직구로 연속 삼진 처리하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 황재균-문상철-강백호로 이어지는 타선을 상대로 중견수 윤동희의 호수비 도움을 받으며 군더더기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고, 3회 또한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 배정대를 우익수 뜬공, 심우준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묶어냈다. 그리고 4회 또한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으며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다.
KT 선발 웨스 벤자민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야말로 롯데 타선을 추풍낙엽으로 만들었다. 벤자민은 1회 윤동희를 129km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한 뒤 고승민을 유격수 뜬공, 손호영을 124km 커브로 삼진 처리하며 무결점 스타트를 끊었다. 이어 2회에는 빅터 레이예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묶어낸 뒤 전준우와 정훈에게 각각 127km, 129km 슬라이더를 위닝샷으로 선택해 연속 삼진으로 이닝을 매조졌고, 3회에는 나승엽-박승욱-손성빈으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을 모두 땅볼로 막아냈다.
롯데 선발 윌커슨이 퍼펙트 피칭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벤자민은 4회 완벽한 투구에 흠집이 생겼다. 4회 윤동희를 131km 슬라이더, 고승민을 132km 슬라이더로 연속 삼진 처리한 뒤 손호영을 상대로 2B-2S에서 던진 5구째 슬라이더를 공략당했고, 이는 우익수 방면에 3루타로 이어졌다. 이때 이강철 감독이 한차례 마운드를 방문해 벤자민을 다독였고, 후속타자 레이예스를 124km 커브로 얼어붙게 만들며 'KKK'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이 경기의 균형이 무너진 것은 5회였다. 허리의 불편함으로 인해 황재균 대신 투입된 오윤석과 문상철을 모두 뜬공으로 잡아낸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윌커슨이 강백호에게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맞았다. 안타를 허용하기 직전 윌키선의 4구째 143km 하이 패스트볼에 강백호의 방망이가 돌아간 것처럼 보였으나, 이기중 3루심이 이를 돌지 않았다고 판정한 스노우볼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악의 실책까지 겹쳤다.
누상에 처음 주자를 내보낸 윌커슨은 후속타자 김상수에게 2구째 134km 체인지업을 공략당해 좌중간 방면에 안타를 허용했는데, 이때 중견수 윤동희가 공을 잡았다가 놓치는 실수를 범했고, 허무하게 선취점을 빼앗겼다.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윌커슨은 배정대와 심우준, 로하스에게 연달아 1타점 2루타를 맞으면서 5회초 수비에서만 무려 4점을 헌납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하게 KT 쪽으로 기울었다. 윌커슨은 이어지는 2사 2루에서 김민혁에게도 안타를 맞았지만, 이번엔 윤동희가 홈을 파고들던 로하스를 보살로 지워내며 힘겹게 이닝을 마쳤다.
롯데도 곧바로 고삐를 당겼다.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정훈이 벤자민을 상대로 우중간 방면에 2루타를 터뜨린 뒤 나승엽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듯했으나, 박승욱이 벤자민의 128km 슬라이더를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시켰고, 이때 정훈이 홈을 파고들면서 간격은 3점차로 좁혀졌다.
윌커슨을 5⅓이닝 만에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운 롯데와 달리 KT는 6회에도 벤자민이 마운드에 올랐고, 롯데는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그리고 90구를 기록한 벤자민이 등판했는데, 롯데가 힘이 떨어진 벤자민을 제대로 공략하며 흐름을 뒤집었다. 선두타자 레이예스가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쳐 출루에 성공하더니, 후속타자 전준우가 추격의 적시타를 폭발시켰다. 그리고 정훈이 벤자민과 5구까지 승부를 펼치자, KT가 벤자민을 내리고 김민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분위기를 탄 롯데는 매서웠다. 이어지는 무사 2루에서 정훈이 김민의 초구 134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면서 어느새 간격은 3-4까지 좁혀졌고, 후속타자 나승엽이 동점타를 작렬시켰다. 이후 롯데는 나승엽의 도루와 박승욱의 안타로 마련된 1, 3루에서 대타 이정훈이 역전타까지 터지면서 주도권은 롯데가 확보했다. 계속해서 롯데는 대주자 황성빈의 도루로 만들어진 1, 3루에서 KT 3루수 오윤석의 실책으로 한 점을 더 달아났고, 1사 만루에서는 레이예스가 희생플라이를 쳐 7-4까지 간격을 벌렸다.
승기를 잡은 롯데는 8회 구승민이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KT 타선을 잠재웠고, 9회에는 김원중이 한 점을 내주면서 간격이 2점차로 좁혀졌지만, 그래도 주도권을 지켜내면서 귀중한 승리를 손에 넣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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