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중간 투수들은 무조건 100% 전력으로 던져야 한다"
3~4월 일정이 종료됐을 당시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은 8승 1무 21패.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승의 고지를 밟지 못한 꼴찌였다. 불명예 수식어로 불리는 소위 '봄데'도 없었다. 적어도 시즌 초반부터 둘풍을 일으켰던 2022-2023시즌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5월 13승 1무 10패 승률 0.640(2위)로 조금씩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6월에는 무려 14승 1무 9패로 리그 1위를 질주했다. 시즌 초반에 깎아먹었던 것이 많았지만, 6월 일정이 종료된 시점에서 롯데는 35승 3무 40패로 리그 7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좋은 흐름을 세 달까지는 끌고가지 못했다. 7월부터 일정이 시작된 후 6승 14패로 월간 승률이 리그 꼴찌로 추락했다. 5강 경쟁은 커녕 꼴찌 추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었다. 그래도 롯데는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 8월 다시 한번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롯데는 월간 14승 8패 승률 0.636(2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월간 승률 2위를 질주했다. 특히 지난 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승리하면서 SSG 랜더스를 8위로 끌어내리고 7위 자리를 되찾았다.
8월의 롯데는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 팀 타율은 0.301로 '선두' KIA 타이거즈에 이은 2위를 마크했고, 팀 평균자책점 또한 4.48로 리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여러 요소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불펜 평균자책점이었다. 롯데의 불펜은 8월 1일부터 9월 1일 경기까지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이는 KT 위즈(3.88)에 이은 10개 구단 중 2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물론 경기 순간순간을 돌아보면 아쉬운 장면도 없진 않았지만, 7월 불펜 평균자책점(6.98)이 리그 9위였던 것을 고려하면 전체적인 수치가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그 중심에는 '구원 듀오'로 불리는 구승민과 김원중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구승민과 김원중은 올 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는 상황.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해 KBO 역대 최초 5년 연속 20홀드에 도전장을 내민 구승민은 올 시즌 초반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4월까지는 '필승조'로 기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한차례 2군을 다녀온 뒤 성적이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하더니, 지난 8월에는 12경기에 등판해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0.73으로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최초'의 기록인 5년 연속 20홀드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느덧 KBO역대 7번째 5년 연속 10홀드 기록까지 단 2홀드만 남겨두고 있다.
김원중의 경우 올 시즌 초반부터 굳건한 활약을 바탕으로 6월까지 2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2.41로 FA 대박 계약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갔다. 그런데 지난 7월은 악몽과도 같았다. 특히 7월 마지막 경기였던 SSG 랜더스와 맞대결에서는 5점차의 리드도 지켜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7월 2.19까지 떨어졌던 평균자책점은 SSG전으로 인해 3.95까지 대폭 치솟았다. 하지만 8월부터 다시 원래의 폼을 되찾았다.
8월 첫 등판부터 지난 1일까지 김원중은 9경기에서 1승 5세이브 평균자책점 0.82를 기록 중. 특히 지난 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8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연장 10회초까지 2⅓이닝 동안 1탈삼진 무실점으로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김원중이 활약 덕분에 롯데는 경기를 연장 12회까지 끌고 가는데 성공했고, 4-3으로 짜릿한 1점차 승리를 손에 넣었다.
'구원 듀오'의 활약도 눈부셨지만, 한차례 휴식을 갖고 돌아온 김상수도 8월 15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11을 기록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강현 또한 8~9월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26, 올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중 후반기부터는 불펜으로 중용되고 있는 한현희도 8월 11경기에서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4.82로 팀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분명 수치로 드러난 8~9월 불펜의 성적은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사령탑의 눈에는 여전히 아쉬운 장면들이 존재한다. 타자들과 너무 어렵게 승부를 펼친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키움전에서 4-1로 앞선 6회말 무사 1, 3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상수의 투구를 예로 꼽았다. 당시 사령탑은 첫 타자 최주환과 승부에서 김상수가 연거푸 볼을 던지자 한차례 마운드를 방문한 바 있다.
김태형 감독은 "항상 우리 투수들의 문제가 주자만 나가면 어렵가 간다. 주자를 너무 신경 쓰다 보니 피칭을 제대로 못 한다"며 "내가 너무 답답해서 마운드에 올라갔다. 3-0 노아웃에서 첫 타자 최주환이라고 생각하고 던져라고 했다. 그러면 얼마나 쉽나. 점수를 주지 않으려고 계속 어렵게 유인구를 던지더라. 이 이야기를 지난번에 구승민에게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점수를 주더라도 우리 타선이 좋지 않나. 얼마든지 2~3점은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승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간 투수들은 무조건 100% 전력으로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불펜의 성적이 좋아진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잔여경기에서 분명 큰 힘이 될 수 있다. 점수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그 근소한 리드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롯데가 기적적으로 5강 티켓을 확보할 수 있을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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