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한 경기, 한 경기 한국시리즈"
롯데 자이언츠 정훈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5차전 원정 맞대결에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6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선봉장에 섰다.
최근 타격감이 물이 오르면서 김태형 감독은 정훈을 선발로 내세우는 경기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경기 초반은 '최악'에 가까웠다. 정훈은 2-0으로 앞선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첫 번째 타석에서 두산 선발 조던 발라조빅을 상대로 150km 직구에 삼진으로 물러나더니, 4회초 다시 한번 맞붙은 발라조빅과 승부에서도 150km 직구에 힘을 쓰지 못하고 침묵했다. 이 좋지 않은 흐름은 경기 막판까지 이어졌다.
6회초 1사 주자 없는 세 번째 타석에서 두산의 바뀐 투수 이병헌에게 세 번째 삼진을 당한 뒤 정훈은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8회 2사 1루에서도 방망이에 공을 맞추지 못했다. 정규이닝 네 번의 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난 정훈에게 천금같은 기회가 찾아온 것은 연장 10회초였다. 선두타자 노진혁의 2루타와 황성빈의 번트 안타-도루, 나승엽이 자동 고의4구를 얻어내면서 1사 만루 기회가 마련됐다.
그런데 정훈은 또다시 힘을 쓰지 못했다. 두산의 '마무리' 김택연의 초구를 지켜본 정훈은 2구째 151km를 헛친 뒤 3구째 151km 강속구에 파울을 기록했다. 타이밍이 좀처럼 맞지 않은 모습. 결국 정훈은 4구째 몸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151km 직구에 다시 한번 삼진을 당하면서 다섯 번째 타석까지 'KKKKK'로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하늘은 무심하지 않았다. 정훈에게 마지막 기회가 마련됐다. 연장 12회초 전준우와 나승엽의 연속 안타로 만들어진 2사 1, 3루에서 정훈이 두산의 바뀐 투수 박치국의 초구 146km의 몸쪽 직구를 공략,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시켰다. 이때 3루 주자가 홈을 밟는데 성공했고, 이 점수는 천금같은 결승타로 이어졌다. 앞선 다섯 번의 침묵을 한 번에 씻어내는 한 방이었다.
롯데는 이날 정훈의 결승타를 바탕으로 두산을 4-3으로 제압했하면서 4연승을 달리게 됐고, SSG 랜더스를 끌어내리고 7위 자리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최근 상승세를 바탕으로 포스트시즌 티켓 확보를 향한 가능성을 키우는데 성공했다. 정훈은 경기가 끝난 뒤 "오늘 경기 많이 부진했는데, 마지막 타석에서 가지고 있는 힘을 최대한 끌어모아 집중했던 것이 다행히도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정훈은 "지금 선수단 모두가 지금 한 경기, 한 경기 한국시리즈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베테랑으로서 최대한 팀이 최대한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타석에서 끝까지 믿어주신 감독님, 코치님께 감사의 말씀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섯 타석 연속 삼진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정훈을 믿고 내보낸 김태형 감독의 뚝심,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서 고대했던 한 방을 터뜨리며 결승타를 만들어낸 정훈.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경기였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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