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200안타, 타격왕보다 정말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
롯데 자이언츠는 딕슨 마차도 이후 DJ 피터스, 니코 구드럼 등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 타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2023시즌이 끝난 뒤 새롭게 롯데의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 또한 취임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외국인 타자 만큼은 교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 결과 메이저리그에서만 5시즌 뛴 빅터 레이예스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빅리그 경험이 풍부하다고 KBO리그에서 성공을 거둔다는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2018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서 데뷔해 5시즌 동안 394경기에 출전해 321안타 16홈런 107타점 타율 0.264 OPS 0.673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0시즌 동안 884안타 46홈런 99도루 타율 0.298 OPS 0.759를 기록했다.
담장 밖으로 타구를 날려보내는 '파워'는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였지만, 정교한 컨택 능력을 바탕으로 많은 2루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 게다가 스위치 히터라는 점도 가산점이었다. 레이예스는 시범경기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며 기대감을 키우더니, 3월 7경기에서 11안타 1홈런 3타점 타율 0.393 OPS 0.988로 훌륭한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레이예스는 4월 30안타 3홈런 16타점 타율 0.333 OPS 0.864로 펄펄 날아오르는 등 전반기 80경기에서 109안타 7홈런 69타점 43득점 타율 0.346 OPS 0.884의 성적을 남겼다. 전반기 일정이 모두 끝난 시점에서 레이예스는 율 7위(0.346), 최다안타 공동 3위(109안타), 2루타 3위(23개), 타점 4위(69타점)를 기록하는 등 타격 지표 대부분에서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김태형 감독은 전반기 MVP로 레이예스를 꼽기도 했다.
현재 레이예스는 롯데를 넘어 KBO리그 최고의 타자를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는 중이다. 118경기를 치른 점에서 162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레이예스는 현재 199.4안타 페이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200안타를 웃도는 흐름이었다. KBO리그 한 시즌 최다 안타는 서건창(現 KIA 타이거즈)가 보유하고 있는 201안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조금만 더 페이스를 끌어올린다면 신기록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레이예스는 최다안타 타이틀, KBO리그 신기록과 함께 타격왕까지도 노리고 있다. 현재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 28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레이예스와 에레디아는 나란히 162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단 타율의 경우 에레디아(0.356)가 레이예스(0.348)보다 앞서 있는 상황이지만, 정규시즌 일정이 종료될 때까지는 결과를 속단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레이예스는 메이저리그는 물론 마이너리그까지 포함해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터뜨리는 중. 미국 시절에도 정교함은 나쁘지 않다는 평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성적이 좋아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레이예스는 "항상 훈련 때 열심히 했던 이 성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비법이라던가 이런 것은 없는 것 같다"고 쑥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이어 레이예스는 "코치님들께서 옆에서 '미국에서 봤던 투수들과 다를 것이다'는 등 KBO리그 투수들 공의 움직임에 대해서 알려주시는 등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라며 "전력분석팀에서도 워낙 잘 도와준다. 감독님을 비롯해 선수단이 나를 많이 믿는다.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데, 결과가 너무 잘 나오고 있다. 내게는 그 믿음이 큰 원동력이 되고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O리그 신기록을 통한 최다안타와 타격왕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 탐이 나진 않을까. 레이예스는 "솔직히 신경을 쓰지 않는다. 열심히 하고, 매 경기 이긴다는 생각밖에 없다. 결과는 시즌이 끝나고 보면 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수치는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한다"면서도 "사실 200안타와 타격왕 모두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나는 정말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 가을야구가 우선이다. 시즌이 끝나고 둘 다 받을 수 있다면 감사히 받겠다"고 활짝 웃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128경기가 최다 출전이었던 레이예스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올해가 커리어 최다 경기 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레이예스는 체력에 대한 물음에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사실 힘들긴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똑같이 힘들 것이다. 특별히 나를 케어해주시는 것은 아니지만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다리와 등을 풀어주는 등 많이 도와주신다. 집에서 푹 쉬는 것이 내 루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잔여경기 일정이 발표됐을 당시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롯데. 최근 흐름이 썩 좋지 않지만, 어떻게든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내겠다는 심산이다. 레이예스는 "전반기보다 후반기 성적이 조금 더 좋아졌다. 모든 선수들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매 경기 이긴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면 마지막에는 5강 안에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레이예스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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