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전 세계가 '트럼프 관세전쟁'에 아비규환이 되고 있다. 앙숙인 중국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동맹국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가깝다는 일본도 첫 국가 정상 회담에서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굴욕적인 '아부 외교'로 트럼프에 납작 엎드렸다.
남의 나라 걱정할 상황도 아니다.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에서 가장 큰 충격파가 예고되는 곳이 우리나라다. 다음 달 12일부터 부과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는 발등의 불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수출 여건을 점검하고 아웃리치(대외협력) 강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지만 대통령이 탄핵된 국내 현실은 '반쪽 정부'라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조치에 서명하며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저울질 하고 있다. 말이 저울질이지 사실상 '미국이 유리한 방향대로 간다'는 게 자명하다.
철강 다음은 가전과 자동차, 반도체인데 사태가 악화되면 국내 산업계 전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자동차는 타격이 크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대미 의존도는 무려 50%에 달한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전년대비 10.5% 증가한 1278억 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는 전년대비 8% 늘어난 342억 달러의 수출액을 달성, 전체 대미 수출의 30%에 육박했다.
업계도 고육지책을 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통해 미국에 10조원 상당이 투입되는 제철소를 짓기로 했지만 철강 가격 인상에 따른 단기적 피해는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인건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대미 수출을 하고 있는 기업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아차를 비롯한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LS오토모티브,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도 좌불안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멕시코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면 현대차와 기아 영업이익은 1조9000억원, 2조4000억원씩 각각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까지 합치면 최대 19조원에 달하는 실적 하락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그간 '자동차 민관 태스크포스(TF)' 등으로 대미 수출 대응에 나섰지만 뚜렷한 해법은 없고 기존에 하던 방식을 돌려막기 하는 식으로 맞서고 있다. 여기에 정상급 컨트롤 타워 부재는 가장 뼈아픈 지점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 전후로 자동차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상호관세'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며 기존 합의도 모두 파기했던 트럼프가 무관세였던 '한미TFA'를 또다시 파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정부와 국내 관련 기업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트럼프의 행보에 예의주시하며 특단의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기울어진 경기장을 평탄하게 한다'는 미국 우선주의 괴짜 행보가 어떤 종말을 맞을지 두고 두고 지켜볼 일이다.
미력하나마 정부와 금융권이 나서 발표한 100조원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이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산업은행 50조원, 시중은행 50조원 등 총 100조원을 기업 지분투자와 신디케이트론 형태로 지원하는 첨단산업 금융 지원이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 업종에도 확대되 트럼프의 고약한 심보에 경종을 울리는 시금석이 됐으면 한다.
이재훈 산업부장 ye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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