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 퍼주지 않는다.
KBO리그 FA 역사 25년을 돌아보면, 대체로 구단들은 미래가치가 높고, 팀을 바꿀 수 있는 선수라는 확신이 든다면 내부 FA든 외부 FA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계약한다. 단, 외부상황에 따라 원하는 선수를 놓치는 경우는 흔하다.
그러나 데이터 등 다각도로 따질 때 미래가치가 높지 않고, 팀을 바꿀 수 있는 선수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냉정하게 대한다. 해당 FA가 서운함을 가져도 프로는 비즈니스다. 수십억원, 수백억원을 다루지만, 땅 파서 돈 나오는 팀은 없다.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 구단은 모기업에 손을 벌려 특별 예산을 따내서 FA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2024-2025 FA 시장 개장 1주일이 흘렀다. 6일부터 11일까지 신청자 20명 중 8명이 계약했다. 엿새만에 계약완료 40%를 돌파한 것이었다. 그러나 장현식의 LG 트윈스행 이후 12일, 그리고 13일 오후 늦게까지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사실상 대어들의 계약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원태가 남아있는 유일한 대어지만, 어쩐 일인지 구단들의 경쟁이 불이 붙지 않는 모양새다. 최원태를 향한 영입전이 애당초 뜨거웠다면 LG가 장현식 계약에만 집중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갖는 시선이 있다. LG는 12일에서야 최원태를 처음으로 만났다.
그런 최원태의 올 시즌 WAR은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3.30이었다. 리그 43위. 최근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내지 못했고, 큰 경기에 강하지도 않았다. 있으면 좋은 선수인 건 분명하다. 아직 20대라서 나아질 여지도 분명하다. 어쨌든 장, 단점이 확연한 만큼 구단들도 냉정하게 평가하는 듯하다.
중요한 건 최원태가 미계약 12인방 중 WAR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WAR은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본적인 데이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WAR만 보고 계약을 결정하는 팀은 세상에 없다. 그러나 확실한 건 최원태를 제외한 11명 FA 중 대다수가 올 시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팀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
최원태를 제외하면 노경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올 시즌 77경기서 38홀드로 ‘불혹의 홀드왕’이란 타이틀을 따냈다. 평균자책점도 2.90에 불과했다. 나이를 뛰어넘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FA는 미래가치 산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내년 41세의 노경은과 그를 원하는 구단들의 협상이 장기전을 띌 가능성은 충분하다. 단, SSG 랜더스가 노경은에 대한 계약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선수들도 있으면 분명히 팀의 어느 파트에 도움이 될 만한 선수들이다. 그 정도 커리어를 쌓았기 때문에 FA 자격을 획득했다. 단, 구단들과 FA들의 시선에 차이가 날 가능성은 있다. 즉, 이제 FA 시장은 무드가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있다. 당장 2~3명의 계약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대다수가 장기전에 접어들며 협상창구가 사실상 원소속구단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단, 아직도 11월 중순이다. FA도 구단들도 여유 있는 시점이다. 스프링캠프 출발까지도 2개월 이상 남아있다. 그 사이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FA 시장은 생물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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