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리밸런싱에 그룹 순차입금 70조원대로 감소
AI 승부수 총력 발판 마련한 SK그룹
최태원 "SK 운영개선 완성해야" 핵심 과제 제시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차세대 GPT 등장에 따른 인공지능(AI) 시장 대확장은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SK가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진행 중인 '운영 개선(Operation Improvement)'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진행한 '2024 CEO 세미나'의 폐회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 초부터 고강도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예고한 SK그룹은 운영 개선효과로 순차입금을 8조원 줄이는 등 재정 건전성 개선에 성공했다. 여기에 SK는 계열사 별로 무분별하게 진행됐던 중복 투자를 정리하기 위해 일부 계열사 통합 및 매각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716개였던 SK 종속회사 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667개로 49개(6.8%) 줄었다. 연초부터 진행한 리밸런싱 전략에 성공한 SK는 이를 발판으로 그룹 AI역량 강화를 통한 AI 대확장 시기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아픈 손가락' SK온, 첫 흑자달성
SK그룹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냈다. 합병법인이 출범함에 따라 향후 재무안전성과 수익성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올해 3분기 매출액 1조4308억원, 영업이익은 24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227억원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841억원 증가해 12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문이 물적분할하며 출범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 대규모 공장을 잇따라 건설하며 배터리 산업에서의 위상과 점유율은 올라갔지만 올해 2분기까지 11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인데다 전기차 시장 개화에 맞춰 단기간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막대한 투자금을 투입한 SK온의 재무 불안정은 결국 그룹차원의 리밸런싱으로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이뤄졌고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이달 1일 합병 절차를 마쳤다. 내년 2월에는 SK엔텀과도 합병한다. 예정된 합병 절차를 최종 마무리하면 합병 전과 비교해 연간 약 5000억원 이상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추가 창출하며 수익 구조를 크게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내년부터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완화와 더불어 신규 공장 가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1·2공장을 운영 중이다. 내년부터는 포드와 합작한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의 배터리 공장이 차례로 가동을 시작한다. 이들 생산라인이 완공돼 모두 가동될 경우 현지 배터리 생산능력은 184GWh로 늘어난다. 전기차 220만대 이상에 들어가는 배터리 규모다.
SK온은 4분기에도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24년의 수요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으나, 4분기에는 고객사의 북미 신규 완성차 공장의 가동 및 2025년 상반기 신차 출시 준비 등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 'AI 밸류체인' 리더십…최태원 "2027년 AI 시장 대확장"
SK 경영진은 이러한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 리밸런싱 작업을 통해 AI·반도체와 같은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 재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SK가 보유한 기술력과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장 싸고 우수한 AI 데이터센터(DC)를 만들고 그룹 AI사업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최 회장의 구상이다. 최 회장은 향후 SK의 핵심 과제로 반도체 설계·패키징 등 AI 칩 경쟁력 강화·고객 기반의 AI 수요 창출·전력 수요 급증 등에 대비한 '에너지 솔루션' 사업 가속화 등을 제시했다.
최 회장의 'AI 밸류체인 리더십' 기조는 대내외적으로 이어졌다. 앞서 최 회장은 6월 미국 출장 중 화상으로 참여한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8월 그룹의 지식경영 플랫폼인 '이천포럼'에서도 최 회장은 "지금 확실하게 돈을 버는 것은 AI 밸류체인으로 빅테크들도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AI 산업은 우상향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SK는 매년 진행했던 '테크 서밋'을 올해는 AI 중심의 'SK AI 서밋'으로 확장했다. 4일 개최된 'SK AI 서밋'은 그간 SK그룹이 정보기술 계열사 위주로 진행하던 행사와 달리 올해는 오픈 AI·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TSMC 등 글로벌 빅테크 협력사들을 모두 모아 'AI 동맹'을 과시했다.
AI 반도체를 직접 챙기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최 회장은 리밸런싱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AI 경쟁력 강화에 투자해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다졌다. 최 회장은 'SK AI 서밋'에서 기자들과 만나 "줄이는 건 줄이는 노력대로 할 필요가 있는 거고, 그 줄인 부분을 또 어디에는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투자할 부분 중에 AI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며, 그 두 가지가 다른 행동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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