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사상 초유의 한국시리즈 서스펜디드. 해외에서는 이런 상황이 없었을까. 메이저리그에서 딱 한 번 이번 한국시리즈와 같은 일이 발생한 적이 있다.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는 지난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1차전 맞대결을 가졌다. 하지만 경기는 끝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6회말 KIA의 공격에 멈춰있는 상황이다.
21일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광주에는 지난주부터 비가 예보돼 있었다. 그리고 경기 당일, 아니나 다를까 경기 개시를 앞두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락가락하는 일기예보 속에서 KBO는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고, 66분이나 지연된 오후 7시 36분에서야 플레이볼에 돌입했다. 일단 경기 초반 순탄하게 잘 흘러갔다.
정규시즌 일정을 치르던 중 타구에 턱을 맞아 큰 수술을 받은 KIA 제임스 네일과 올해 다승왕 타이틀을 손에 넣은 원태인이 팽팽한 투수전을 선보였고, 5회가 종료된 시점에서 어느 한 쪽으로도 무게의 추는 기울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삼성이 균형을 무너드렸다.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김헌곤이 네일의 5구째 134km 스위퍼를 공략, 우월 솔로홈런을 폭발시켰다.
KIA는 네일이 김헌곤에게 홈을 맞은 뒤 르윈 디아즈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급격하자, 장현식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는데, 삼성은 강민호가 볼넷을 수확하며 득점권 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김영웅이 타석에 들어선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심판진은 오후 9시 24분 경기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이 경기는 다시 재개되지 못했다.
심판진은 약 한 시간에 가깝도록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으나, 기상 상황에는 변함이 없었고, 오후 10시 9분 결국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서스펜디드가 선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에 KBO는 22일 오후 4시, 6회초 삼성의 공격부터 경기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 판단에 양 팀 사령탑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히 삼성 박진만 감독은 작심한듯 미숙한 경기 운영을 꼬집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는 선발 원태인이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가운데 투구수는 66구에 불과했던 만큼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중단되면서,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의도치 않게 불펜 투수를 기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서스펜디드가 선언된 후 박진만 감독은 "시즌 중에도 일어나는 상황이 발생해서 당황스럽다. 시즌 중에도 이런 경우가 있긴 했다"면서도 " 예전보다 지금 정보력이 잘 갖춰져 있는데, 시작할 때부터 걱정되긴 했다. 선발 투수를 쓰고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걱정됐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 원태인이 좋은 투구를 하고 있었고, 투구수도 그렇고. 아쉬운 부분이 많다. 시작부터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범호 감독은 "경기가 끊긴 것이 내일(22일) 경기에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 한국시리즈 1경기를 경험한 것이고, 내일(22일) 4시에 다시 경기를 시작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서스펜디드 선언을 반기며 "다행인 건 내일 원태인 대신 상대 불펜 투수들이 나온다. 우리가 삼성 불펜 투수들을 상대로 잘 쳐서 기대해 보겠다"는 부푼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비의 여파로 인해 도저히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그라운드 상황이 되지 못한 것이다. 정비까지만 3시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게 되자, 결국 KBO는 다시 한번 경기를 미뤘다. KBO는 "그라운드 정비 시간이 3시간 이상으로 예상돼, 오후 4시 정상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됐다. 또한 오후부터 기상청의 비 예보가 있어 두 경기를 순연하기로 결정했다"며 서스펜디드와 22일 예정된 2차전까지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1차전 중단된 경기와 2차전은 23일 진행된다.
그렇다면 KBO리그 외에 일본시리즈(JS) 또는 월드시리즈(WS)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적은 없을까. 일본의 경우 돔구장이 많다는 이점도 있지만, 지난 2012년부터 서스펜디드 게임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본시리즈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다르다. 월드시리즈에서 서스펜디드가 적용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08년 10월 27일 필라델피아가 3승을 선점하며 탬파베이가 벼랑 끝에 몰렸던 월드시리즈 5차전이다. 당시 필라델피아가 경기 시작과 동시에 2점을 뽑으면서 경기를 리드 중이었는데, 탬파베이가 4회와 6회 각각 1점씩을 뽑아내며 2-2로 균형을 맞췄다. 그런데 6회초 탬파베이의 공격이 진행되던 중 폭우가 쏟아지면서 그대로 경기가 중단됐고, 사상 초유의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 발생하면서 온갖 이야기들이 나왔고, 이튿날에도 필라델피아 지역에 비가 멈추지 않으면서, 하루가 더 지난 29일에야 일정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선취점을 뽑안앴던 필라델피아가 4-3으로 탬파베이를 꺾는데 성공, 월드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런 초유의 사태가 한국시리즈 1차전과 같은 상황이 메이저리그에서도 발생했던 것이다.
한국과 일본, 미국을 통틀어 단 두 번 밖에 발생하지 않은 포스트시즌 최종 시리즈의 서스펜디드. 과연 누가 미소를 지을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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