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딩동!” 기타 선생님의 카톡이다. 레슨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시 늘어져 있던 차에 선생님 카톡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들으면서 최대한 따라 해보세요."
벌써 2주 연속으로 선생님은 연습용 음원을 따로 만들어 톡으로 보내오고 있다. 여전히 왼손 코드를 버벅대며 못하는 나를 위해 선생님이 직접 메트로놈을 켜놓고 코드 전환을 반복한 음원이다. 음원에는 왼손 코드를 바꿀 정확한 타이밍을 음성으로 짚어주는 부분도 있다.
여러 번 이 칼럼에서 고백한 바 있지만, 나는 리듬 감각이 없는 데다 손가락 움직임마저 둔하다. 그 탓에 내가 코드를 바꾸는 모양새를 말로 표현하자면, 한번에 ‘딱!’이 아니라, ‘따~다, 닥’에 가깝다.
이러니 박자를 놓치는 일도 부지기수. 그나마 레슨 중에는 기타 선생님을 곧잘 따라 하기에 혼자 집에서도 비슷하게 해보라고 이 연습용 음원을 착안했다.
사실 선생님 입장에서는 꽤나 번거로운 일일 테다. 레슨생 하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기타 선생님이 몇이나 될까. 감사한 마음이다.
그러니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연습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 “열심히 연습하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연습용 음원을 받은 뒤 한 번이라도 더 연습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넛지 효과인가.
넛지 효과란 행동경제학 용어로 ‘옆구리를 쿡 찌른다’는 뜻이다. 직접 행동을 강요하기보다 간접적으로 은근슬쩍 유도함을 이른다.
지난 9월 나온 신간 <마음 단련>으로 분주한 요즘이다. 다음 책 준비로도 쉴 틈이 없다. 잠도 부족하다. 많이 피곤할 땐 소파에 반쯤 눕는다. 한숨 돌릴 겸 폰을 집어 들면, 폰에 기타 연습용 음원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내가 지금 쉬면서 쇼츠나 보고 있을 때인가?’,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해주셨는데 연습해야지’ 하며 기타를 잡곤 한다.
연습용 음원 하나는 3분 남짓이다. 가을 완곡을 목표로 맹연습 중인 영화 <머니볼> OST ‘더 쇼’의 코드는 C-G-Am-F, 다시 C. 이렇게 C에서 G로 넘어가는 반복되는 음원부터 총 4개 음원을 따라 하다 보면 15분이 훌쩍 지나간다.
이것만으로도 매일 내가 목표로 하는 최소 연습 시간은 채운다. 거기에 새로 받은 F코드 연습용 음원을 따라 하다 보면 거의 20분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쌓인 피로에 손끝은 물론 손아귀와 어깨까지, 거짓말 좀 보태서 온 삭신이 쑤신다.
“지루하더라도 다음 수업까지는 이것만 연습하세요.”
음원을 보낸 선생님이 덧붙인 말이다. 다행히 나는 뭔가를 지루해하는 법이 잘 없다.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같은 원고를 몇 번을 보는데. 출간된 책 기준으로 몇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기억할 정도로, 수십 번씩 문장을 보고 또 고치고를 반복하는 사람이 북에디터라는 종족이다. 그 덕에 지독히 늘지 않는 실력에도 2년 가까이 기타를 잡아 왔는지 모른다.
그렇게 연습은 계속된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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