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3월 주총서 영풍 측 반대 2건에 '찬성'
5년간 최윤범 회장 손 들어줘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지분 7.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고려아연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0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5년간 고려아연 정기주총에 참석해 총 53건의 의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92.5%(49건)가 찬성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방침에 대부분 동의했다.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의안은 4건으로 이 중 3건은 이사 선임 안건이었다. 나머지 1건은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이었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의안 중에는 현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장형진 영풍 고문에 대한 이사 선임안도 포함됐다.
앞서 2022년 3월 23일 열린 주총에는 '장형진 기타 비상무이사 선임의 건' 등 총 8건이 올라왔다. 이때 국민연금은 다른 의안에는 모두 찬성했지만 장 고문의 이사 선임에는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장형진 후보는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의무 수행이 어려운 자에 해당해 반대한다"고 반대 사유를 밝혔다.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내부 기준에 따른 결정이었다.
장 고문은 현재도 고려아연 기타 비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국민연금은 장 고문 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을 수면 위로 드러낸 올해 3월 주총에서도 고려아연 경영진 편에 섰다. 3월 주총에서 양측은 2건의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는데 2건 모두 국민연금은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당시 장 고문 측은 고려아연의 배당 관련 안건에 대해 '배당'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또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한 규정을 삭제하자는 경영진에 맞서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이를 바탕으로 모두 최 회장 등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측이 벌이는 경영권 분쟁에서 국민연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개매수전 이후에도 국민연금이 상당량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전체 주식의 10%를 사들여 소각하는 경우 전체 주식 모수가 2070만3283주에서 1863만2955주로 줄어들면서 영풍·MBK 연합의 지분은 42.74%,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탈 우호 지분까지 합해 40.27%로 각각 높아진다. 이 경우 국민연금 지분은 현재 7.83%가 유지되는 경우 8.7%로 커진다. 40% 초반대 지분을 보유하고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 양측 사이에서 국민연금의 지분 8.7%는 절대적일 수 있다.
한편 정치권은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자금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투입에 관해 집중 질의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공개매수 과열 양상에 경고하며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의 자금 운용에 있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MBK 방지법'(국민연금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민연금의 ESG 투자 의무화,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 강화, 투자 대상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향후 국민연금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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