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무덥고 길었는데, 이로 인해 얼굴이나 가슴쪽으로 열이 훅훅 올라오는 ‘갱년기 상열감’, 아무 이유없이 땀이 줄줄 흐르는 ‘갱년기 다한증’, 가슴이 벌렁거리고 불안, 초조감이 동반되는 ‘갱년기 불안증’으로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특히 많았다.
실제로 최근 내원한 50대 중반 여성도 3년 전부터 시작된 갱년기 증후군에 고통받고 있다며 필자의 진료실을 찾았다. 대중 앞에서 강의를 하는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가슴 위로 올라오는 열감과 이때 동반되는 땀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오기 시작했다. 얼마 있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던 증상들은 폐경이 되고 난 후 5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되었고 이로 인해 수면에도 지장을 받고, 우울증까지 겪게 되면서 한의원 진료실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일선에서 갱년기증후군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몇개월에서 1년 정도 가볍게 지나간다던데, 왜 나는 이렇게 오랫동안 힘든 것인가’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 시기에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몸과 마음이 급격히 변하면서 고통받는 것도 힘든데, 남들과 비교하게 되면서 그 고통이 배가되곤 하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적으로 보면, 폐경 이행기의 여성의 약 25% 정도는 별다른 증상 없이 이 시기를 보내지만, 50% 정도는 견딜만한 정도의 증상을 경험하고, 나머지 25%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큰 수준의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폐경으로 이행되는 갱년기 초기에는 주로 혈관운동과 관련된 증상들과 수면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안면홍조, 시도때도 없이 땀이 나는 다한증,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 불면증이 대표적인 증상들이다.
이러한 신체적 증상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 여성들은 ‘뇌신경계통의 변화’도 함께 겪게 되는데, 건망증이 심해져서 세탁기에 귀중품을 넣고 돌린다든지, 가스레인지를 안 꺼서 냄비를 자주 태워먹는다든지, 의심병이 생겨서 평생 금슬이 좋던 부부 관계에도 문제가 생긴다든지 하는 것이 그 증상들이다. 또한 심리적으로도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한 증세, 우울증 등을 쉽게 겪기도 한다.
이 때 산부인과 등의 병원에 가면 여성호르몬제 처방을 받기도 한다. ‘에스트로겐’으로 알려진 여성호르몬을 약으로 섭취하면서 체지방도 빠지고, 심혈관 질환도 줄어들고, 피부도 다시 탱탱해지고, 기억력도 되살아나고, 부부관계도 개선되는 등의 장점이 뚜렷해 보일 수 있는 반면, 문제점도 있다.
여성호르몬제 복용이 어느 정도 지속되다보면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유방암과 심혈관계통 질환의 발생율이 높아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심각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부작용이 될 수 있고,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검사에 나타날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근 의학계에서도 갱년기증후군에 여성호르몬제를 처방하는 것이 대해 찬반 양론이 팽팽이 맞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갱년기는 여성의 일대기에 있어 정상적인 노화 현상이다. 갱년기를 거치면서 인체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변화 중에 '여성호르몬 고갈로 난자를 만들지 못하는 것' 또한 하나의 표면적인 현상일 따름이다.
그래서 필자는 여성의 몸에서 배란이 중단됨으로 인해 나타나는 노화의 전체적 과정으로 갱년기를 바라봐야 하며, 갱년기증후군 치료는 단순히 고갈된 여성호르몬을 주입시켜주는 것이 아닌 ‘호르몬이 떨어지는 과정에 잘 적응하는 몸을 만드는 것’을 항상 강조하며 갱년기증후군 치료에 임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갱년기증후군 치료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지승 형인재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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