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자리 모인 역대 산업장관
"도시바·인텔처럼 몰락 가능성" 반도체 지원 한 목소리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역대 산업부 장관들은 한국이 반도체 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과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4일 역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초청해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라는 주제로 대담을 열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전직 장관들은 2000년대 초반 세계 1위 낸드플래시 기업이었다가 74년 만인 2023년 증시에서 퇴출당한 일본 도시바를 예로 들며 한국 기업들이 전철을 밟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미국, 중국 및 일본은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자국 기업과 현지 투자 기업에 제공해 기술 혁신 및 선점을 위해 앞다투고 있다"라며 국내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반도체 생산능력이 중국과 대만에 갈수록 뒤처질 수 밖에 없고 AI 등 첨단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싸움에서도 패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존재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의 2D 스케일링에 기반한 D램 성능 향상 추세가 향후 5년 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특히 수직구조 낸드플래시와 유사한 적층형 3D D램 구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및 관련 기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한국이 후발국가 대비 보유한 D램 분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석좌교수는 중국의 급격한 추격을 경계했다. 황 석좌교수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더딘 발전과 메모리 분야 경쟁력 저하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장래에 불안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라며 "국가적 지원에 힘입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 분야 진출은 향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큰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인 지원과 학계 및 산업계의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대담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단순히 개별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미국, 중국, 일본이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것은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은 전력 수급 문제를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반도체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인력, 자금력, 전력, 데이터 4가지 필수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2030년경에는 현재 발전용량의 50% 이상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최소 10GW 전력이 필요하고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만 49GW에 달할 것이라면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체되고 있는 송전망 건설을 조속히 완공하고 신규 원전건설과 차세대 SMR(소형모듈원전) 조기 상용화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대담에서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 타 국가보다 빠른 속도로 양질의 다양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팹리스 육성은 물론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통해 마련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은 "PC 시대와 모바일 시대를 거쳐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제품 수요와 기술 변화, 그리고 기업의 경쟁력 판도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경영 판단 및 기민한 대응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특별초청 자격으로 대담에 나선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시대의 기술 혁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전 장관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AI의 엄청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저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이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가진 특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지원이 시급하며 AI 관련 기업 지원 펀드 조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