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도형 기자] 배우 변요한이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필모그래피와 성장을 바탕으로, 더욱 찬란할 마흔의 변요한을 기다리고, 또 기대하고 있다.
변요한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MBC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블랙아웃'(극본 서주연, 연출 변영주, 이하 '백설공주')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이다.
독일의 소설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최고 히트작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한국적인 감성을 더해 재해석됐다. 변요한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 누명을 쓰고 살인 전과자가 된 고정우 역을 맡아 10년의 세월을 그려내며 '연기 차력쇼'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이야기의 만듦새가 훌륭하고, 출연 배우의 압도적인 연기가 더해지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8%(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최고 8.8%까지 치솟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 "많은 분이 봐주실 거라는 확신 있었다"
변요한은 이번 작품에 믿음과 확신이 있었다. "아주 초대박 작품은 아니지만, 많은 분이 봐주실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프로모션 때부터 유튜브도 나가야 하고, 예능도 나가서 어느 정도 홍보를 하지만, 과감하게 하지 않았다. 이유는 이 작품이 '희희낙락(喜喜樂樂)'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 방 시청률이 어떻든 간에 순수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옛날 감성이긴 한데 그렇게 가고 싶었다. 우리 작품이라서 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극 전체를 끌고 나가는 데 부담감은 없었냐는 물음에 "사실 부담감은 없었다.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있었고, 할머니도 소천하셨다. 감독님의 가정사도 있었다"라면서 "그분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하면서) 또 배우들의 혼신의 힘(연기)을 봤기 때문에 그 마음이 세상을 뚫고 나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답했다.
변요한은 10대부터 30대까지를 연기해 눈길을 끌었다. 아역이 아닌 직접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 연기를 하는 장면을 두고는 '어색하다'는 반응도 없었던 건 아니다. 대역도 고민했지만 결국 '내가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독님과 회의를 많이 했지만, 결론적으로 14화까지 수정을 끝냈을 때는 '모든 배우가 직접 소화하지 않으면 여운을 남길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 자신감이 있었다. (이어지는 하나의) 감정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동시간대 SBS '굿파트너'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 '웰메이드 작품'임에도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못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만듦새가 훌륭하고, 출연 배우의 압도적인 연기가 더해지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8%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최고 8.8%까지 치솟았다. 확신이 결과로 이어진, 만족스러운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번 작품에 큰 자신감이 있었던 이유로는 "현장에 있는 매순간이 그랬다. 치열하고 고민도 많았다. 선배님들도 굉장히 뜨거웠다. 권해효, 배종옥 등 이 자리에서 모든 선배님들을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정말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셨다. '밀도가 높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감독님을 신뢰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 밋밋한 엔딩? "우리만의 색깔이자 이야기로 만든 엔딩이기에 너무 좋았다"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고심이 많았다. 변요한은 "그 당시에 영화 '그녀가 죽었다' 작품을 찍고 있었다. 대본이 왔을 때 처음에는 '선뜻 할 수가 있을까'라는 노파심이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일을 왜 하지'라는 생각을 했을 때는, 100% 다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이겠지만 적어도 그분들이 겪었던 트라우마와 상처들을 '내가 연기를 하면서 표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약자라는 표현도 조심스러웠지만 '그들의 편에 서서 다가가고 싶다'라는 얕고 보잘것없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기억에 남는 촬영 장면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4화까지 너무 많이 맞았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살면서 한 대 맞기도 어려운 세상이지 않냐. 정우 입장에서 '오히려 그렇게 살아가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머니를 보면서도 힘들었고, 아버지에게 맞을 때도 아주 힘들었다"라면서 "촬영 때 호흡곤란이 와서, 과호흡 때문에 산소통을 들고 찍었다. 산소를 마시고 들어가서 다시 촬영했다. 다행히도 노상철(고준)이 들어왔을 때 또 같이 있으니까, 의지가 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고준과 환상의 연기 호흡으로 연말 시상식 '베스트 커플상'이 유력한 것 아니냐는 주변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변요한은 "주시면 너무 좋다. 따뜻했던 파트너였다. 나한테는 지금까지도 노 팀장처럼 보였다. 베스트 커플상으로 절정을 찍어주신다면 영원히 가는 거다"라며 웃어 보였다.
매회 엔딩이 주는 짜릿함과 기대감이 '백설공주'의 매력이기도 했으나, 반대로 '권선징악(勸善懲惡)' 같은 강렬한 엔딩에 길들여져 있는 최근 드라마 트렌드를 봤을 때 다소 밋밋한 엔딩이라는 평도 존재했다.
이에 변요한은 "'최고의 엔딩이었다'라고 생각한다. 많은 드라마 장르에는 엔딩이 각기 존재하는데, 우리 작품은 다른 엔딩인 것이다. 우리만의 색깔이자 이야기로 만든 엔딩이기에 너무 좋았다. 그 어떤 무언가로도 따질 수 없는 엔딩이었다"라면서 "'나 항상 지켜봐 줘. 이제라도 내가 끝까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지켜봐 줘. 너무 그립고, 사랑합니다'라는 마지막 대사가 깊은 여운을 주는, 이 드라마의 본질에 가까운 엔딩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 "마흔 살 하루빨리 왔으면…로맨틱 코미디 도전해 보겠다"
1986년생인 변요한은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40세가 된다. 쉼 없이 달려온 30대를 되돌아본 그는 "개인 성향마다 다른 것 같은데, 9년 살았으면 이제 (30대를) 보내야지 않겠느냐"라면서 "나는 마흔 살이 하루빨리 왔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 이유로는 "30대 때는 다 해본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에 다 도전해 본 것 같고, 뜨겁기도 해봤고, 차갑기도 해봤다. 또 연약해 보이기도 했고, 굉장히 이성적으로 살아보기도 했다"라면서 "100% 나라는 사람의 정의를 내리진 않았지만, 적어도 40대 초반 사람으로서 행복의 기준을 찾은 것 같다. 배우로서 어떻게 가야 할지 정리 정돈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고 싶은 역할과 작품도 많이 했으니, 이제는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장르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바로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이다. 그동안 시대극 또는 조금은 무겁고, 진중한 역할과 관련한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변요한이라는 장르'가 있을 만큼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했지만, 반대로 여주인공과 달콤한 로맨스 장르 같은 경우는 보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팬과 대중 역시 변요한의 연기 스펙트럼 확장을 기다리고, 또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주변에) 소문 좀 내달라"고 너스레를 떤 변요한은 "매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이 작품들이 나의 필모그래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이제는 좀 사랑을 알 것 같아서 로맨틱 코미디든 멜로든 잘할 수 있다. 아직 안 꺼낸 카드들이 많이 있다. 나를 조금 더 작품에 던지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도 도전해 보도록 하겠다"고 웃어 보였다.
김도형 기자 circl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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